전체 글7835 [輓李御寧先生] 이어령 선생의 별세를 애도하다 輓李御寧先生 이어령 선생의 별세를 애도하다 (최영성 교수) 一瞥人間九十年 兼才學識世無肩 今隨大化魂長逝 必作修文地下仙 인간세상 한 번 훑고 나니 어언 구십 년이라 재주와 학문과 식견으로 세상에 어깨 견줄 이 있을까 이제 대화(大化)를 따라 영혼이 먼 곳으로 떠나시는구려 틀림없이 수문랑(修文郞)으로 지하의 신선이 되시겠지 주) 大化: 인간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네 단계의 큰 변화. 유아기⋅청년기⋅노년기, 그리고 죽음을 말한다. 『열자(列子)』 「천서(天瑞)」 편 참조. 주) 修文: 수문랑(修文郞). 중국 진(晉) 나라 때 소소(蘇韶)라는 죽었다가 깨어났는데, 그가 저승에 가 보니, 공자의 제자 안연(顔淵)과 복상(卜商)이 귀신 가운데 성자(聖者)로 대접을 받으면서 ‘문(文)’을 담당하는 수문랑(修文郞)으로.. 2022. 4. 13. 내 마음 내 마음 최규학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밟을 때는 바위처럼 단단해지지만 당신이 내 마음을 밟을 때는 살얼음처럼 물러집니다. 살짝만 밟아도 깨어져서 내 마음속에 당신을 푹 빠뜨립니다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때릴 때는 쇠그릇처럼 딱딱해지지만 당신이 내 마음을 때릴 때는 고무풍선처럼 부드러워집니다. 살짝만 불어도 솜사탕처럼 불어나서 비누 풍선처럼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나도 내 마음을 어쩔 수 없지만 당신은 내 마음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어머니만을 따라가는 어린아이처럼 내 마음은 당신만을 쫓아다닙니다. 주인의 말만 듣는 강아지처럼 내 마음은 당신의 말만을 따릅니다. ♡지난 토요일(2월 26일) 나태주 시인이 진행한 충남 문협 정기총회에서 부회장에 당선되었습니다 2022. 4. 13. 찐따 붙은 감기 찐따 붙은 감기 감기 감기는 나의 최대 적수 한번 찐따 붙으면 떨어질 줄 모르고 오랫동안 기숙한다 한번 들어오면 나가는 걸 아주 싫어한다 내가 그렇게 내가 좋은 가 엄청 괴롭힌다 별 정도 없으면서 다정한 척, 친한 척 콧물 눈물 재채기 기침 모두 대동하여 찐따 붙는다 낮엔 못 본 척하다가 날만 어두워지면 무척이나 가까운 척 설레발 난리다 감기야 넌 누구니 왜 찐따 붙어 괴롭히니 오늘 밤 편안히 재워 줄 테니 내일 아침엔 없는 듯 나가줄래 감기야 감기야 이제 그만 놓아줘라 정 있는 척 다정한 척 그만하고 이별을 따라가 줘라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20220405= 2022. 4. 5. 산수유 꽃 산수유 꽃 최규학 산수유 꽃을 바라보면 꽃보다 향기가 먼저 보인다 향기가 먼저 보이는 꽃이 진짜 봄꽃이다 어릴 적 어머니를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 노란 저고리에서 엄마 냄새가 먼저 보였듯이 멀리서 산수유 꽃을 바라보면 노란 꽃잎보다 봄 향기가 먼저 보인다 어머니의 손짓처럼 산수유가 가지를 흔들면 나는 마구 뛰어가서 산수유 꽃 품속에 안기고 싶다 노란 산수유 꽃 품속에는 어머니의 펄떡이는 심장이 살아 있을 것 같다 나는 오늘 산수유 꽃을 바라보며 풀풀 나는 엄마 냄새에 눈물짓는다 2022. 3. 30. 이전 1 ··· 71 72 73 74 75 76 77 ··· 195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