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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397

반딧불이 올림픽 반딧불이 올림픽 최규학 파리의 하늘 위에 반딧불이 나는구나 금은동 태극무늬 저리도 고울 수가 꼬레아 방방곡곡에 불꽃놀이 팡팡팡 찔레꽃 길섶에서 꽃대로 쏘아 올린 반딧불 불꽃놀이 어머니 마음 조각 정화수 물결 잦으면 별빛으로 어린다. 셔틀콕 거위 깃털 펜싱 칼 갈대 잎새 권총 알 서리태콩 양궁 화살 미꾸라지 발 뻗어 구름을 차는 반딧불이 올림픽 *제33회 파리 올림픽(7.26-8.11)에서 한국이 최종 금 13(배드민턴 1, 펜싱 2, 사격 3, 양궁 5, 태권도 2), 은 9, 동 10으로 선전한 것을 축하하며 2024. 8. 13.
동생의 죽음 동생의 죽음 최규학 너는 178cm, 25년, 8개월, 4일이다 영혼이 자유로운 너는 25년간 파푸아 뉴기니(PNG)에서 무소의 뿔처럼 살다가 고향에 돌아와 8개월을 지내며 물망초 꽃 한 송이 피워놓고 다시 PNG에 가서 4일 만에 나비가 되었다 그냥 꿈꾸는 애벌레였으면 좋겠다 부모님께서 심어놓은 나무 두 그루, 꽃 세 송이 너는 용이 되려는 꿈을 꾸다가 이카로스의 날개처럼 녹아 버렸다 남은 꽃들은 향기를 잃고 나무는 의지를 잃었다 새가 되어 날아올까, 달이 되어 찾아올까, 개도 늑대처럼 운다는 파푸아 뉴기니 파도의 한 팔이 고향의 산만하다는 파푸아 뉴기니 내 마음도 늑대처럼 운다 내 그리움도 산처럼 선다 2024.7.1. *최규만(음 1964.6.15.-양 2024.6.28.) : 특전사, 안기부 근무.. 2024. 8. 13.
잡벌 잡벌 최규학 나는 잡벌이다 말벌도 아니고 꿀벌도 아니고 오빠시도 아닌 이름 없는 잡벌이다 장미꽃 아카시아꽃 밤꽃에는 얼씬도 못 하고 이름 없는 들꽃을 찾아 헤맨다 하늘의 지배자 말벌을 피하고 꿀벌 군대의 눈치를 보고 사나운 오빠시에 떨어져 매정한 바람에까지 밀린 다음 이곳저곳 헤매다가 잘 난 것도 없고 잘 난 체도 않는 돌멩이 하나 울타리 삼아 피어난 들꽃의 품에 안긴다 그래도 나는 행복한 광야의 순례자 잡벌이다. 2024. 6. 11.
마곡사 가는 길 마곡사 가는 길 최규학 마곡사 가는 길에서는 장사하는 할머니가 보살이다 산나물, 감자, 약초, 호두, 콩.. 불전의 공양물처럼 진열해 놓고 부처의 미소를 띠고 앉아 계신다 할머니가 들려주신 바람의 법어 “사람은 바쁘게 살아야 해..늙어서는 바쁜 것이 제일이야..” 듣는 사람의 귀가 밝아지고 마음은 부처가 된다 계곡에서 목욕재계하는 천 개의 바위들도 할머니 보살의 법어를 들으며 깨달음을 얻은 표정이다. 나도 오늘 법어를 들었기에 산을 올랐다가 마곡사는 들리지 않고 그냥 내려왔다. 2024.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