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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397

설렘과 경이 설렘과 경이 최규학 동산을 날아오르는 새벽 불새의 붉은 눈동자에서 실핏줄이 터져 핏물이 뿜어 나오는 것을 바라보는 그 순간 서산에 추락하는 저녁 까마귀의 금빛 날개에 꺼져가는 장작불의 숯검정이 묻는 것을 바라보는 그 순간 꽃 입술에 입 맞추고 있는 엉큼하지 않은 이슬방울을 바라보았을 때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그 순간 우연히 하늘의 강에 놓인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영혼을 바라보았을 때 가슴이 쿵쾅거리는 그 순간 너를 새롭게 바라보았을 때 너의 눈빛 너의 가슴 태초에서부터 흐르는 시간의 강이 멈춰버리는 그 순간 2023. 10. 9.
황룡강 황룡강 최규학 강속에 징검다리 꽃처럼 피어있다. 나비가 춤을 추듯 사뿐히 밟고가니. 물고기 손님 맞느라 이리저리 바쁘다. 강가의 노란 꽃은 사내의 가슴이요 색색의 백일홍은 여인의 저고리라 쌍쌍이 걷는 연인들 꽃 폭포에 젖는다 강물에 빠진 구름 억새가 손을 뻗어 여의주 물려 주니 용 되어 꿈틀댄다. 바람도 이에 질세라 노란 꽃잎 떨군다. 2023. 10. 4.
어머니의 아름다운 욕심 어머니의 아름다운 욕심 최규학 어머니가 받은 하늘의 혜택은 그믐달이었다. 다른 욕심은 초승달이었다. 자식이 밥을 많이 먹기를 바라는 마음은 보름달이었다. 무녀리라고 종자 버렸다고 집안 어르신들이 퍼붓던 늑대의 포효 자책감은 둥근 호박이었다. 남기는데도 밥을 고봉으로 펐다. 자식의 까마귀 우는 소리에 “내 욕심이다.” 한숨짓던 어머니 무녀리 종콩이 콩깍지의 타는 심정을 어찌 알았으랴 등뼈에 불 칼로 새긴 주련(柱聯) 되어 한평생 업고 산다. 하늘에서도 한숨지으실까 봐 밥그릇을 비운다. 2023. 9. 22.
부채 부채 최규학 부채를 흔들어보면 알게 된다. 바람은 수신호로 달리는 자동차라는 것을 무대에 오르기를 기다리는 가수라는 것을 부채 바람은 냉막걸리요 꿀물이며 발효홍삼이라는 것을 더위를 이기는 백 가지 비법이 있을지라도 손으로 부채를 잡고 부치는 것보다 더 선한 방법은 없다. 부채를 부치면 착한 바람이 일어서서 화난 더위를 주저앉힌다. 평정심은 바위가 되고 미움은 별이 되며 평화가 입을 맞춘다. 학의 날개 너울너울 기분이 하늘을 난다. 부채를 부쳐보면 알게 된다. 세상의 모든 진리가 바람 한 점이라는 것을 2023.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