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398 남당항 대하 축제 남당항 대하 축제 최규학 10월의 남당항에서는 바다도 단풍이 든다 낙엽 지는 파도를 바라보는 사람의 사랑도 단풍이 든다 남당항에서 죽도를 바라보면 죽도록 사랑하고 싶어진다 남당항 아주머니도 죽도록 사랑하고 싶으리라 불타는 소금에 소신공양하는 등 굽은 새우처럼 사랑하고 싶으리라 새우들이 팔팔 뛰며 살려달라고 몸부림친다 “이제 좀 그만하거라” 아주머니의 다정한 음성에 새우들은 평정심을 찾고 허리를 편다 지옥에서 천국에 간 것인가? 세상살이에 더러워진 단벌옷이 빨간빛이 감도는 새 옷으로 바뀐다 옷을 과감하게 벗기면 드러나는 흰 속살 뜨겁다 새우는 살아서 단 한 번도 뜨거운 적이 없었지만 죽어서 뜨거운 속살로 뜨겁게 보시를 한다 죽도록 사랑하고 싶은 뜨거운 사람 죽도록 사랑하고 싶은 뜨거운 맛 남당항 대하 축제.. 2024. 10. 25. 반딧불이 올림픽 반딧불이 올림픽 최규학 파리의 하늘 위에 반딧불이 나는구나 금은동 태극무늬 저리도 고울 수가 꼬레아 방방곡곡에 불꽃놀이 팡팡팡 찔레꽃 길섶에서 꽃대로 쏘아 올린 반딧불 불꽃놀이 어머니 마음 조각 정화수 물결 잦으면 별빛으로 어린다. 셔틀콕 거위 깃털 펜싱 칼 갈대 잎새 권총 알 서리태콩 양궁 화살 미꾸라지 발 뻗어 구름을 차는 반딧불이 올림픽 *제33회 파리 올림픽(7.26-8.11)에서 한국이 최종 금 13(배드민턴 1, 펜싱 2, 사격 3, 양궁 5, 태권도 2), 은 9, 동 10으로 선전한 것을 축하하며 2024. 8. 13. 동생의 죽음 동생의 죽음 최규학 너는 178cm, 25년, 8개월, 4일이다 영혼이 자유로운 너는 25년간 파푸아 뉴기니(PNG)에서 무소의 뿔처럼 살다가 고향에 돌아와 8개월을 지내며 물망초 꽃 한 송이 피워놓고 다시 PNG에 가서 4일 만에 나비가 되었다 그냥 꿈꾸는 애벌레였으면 좋겠다 부모님께서 심어놓은 나무 두 그루, 꽃 세 송이 너는 용이 되려는 꿈을 꾸다가 이카로스의 날개처럼 녹아 버렸다 남은 꽃들은 향기를 잃고 나무는 의지를 잃었다 새가 되어 날아올까, 달이 되어 찾아올까, 개도 늑대처럼 운다는 파푸아 뉴기니 파도의 한 팔이 고향의 산만하다는 파푸아 뉴기니 내 마음도 늑대처럼 운다 내 그리움도 산처럼 선다 2024.7.1. *최규만(음 1964.6.15.-양 2024.6.28.) : 특전사, 안기부 근무.. 2024. 8. 13. 잡벌 잡벌 최규학 나는 잡벌이다 말벌도 아니고 꿀벌도 아니고 오빠시도 아닌 이름 없는 잡벌이다 장미꽃 아카시아꽃 밤꽃에는 얼씬도 못 하고 이름 없는 들꽃을 찾아 헤맨다 하늘의 지배자 말벌을 피하고 꿀벌 군대의 눈치를 보고 사나운 오빠시에 떨어져 매정한 바람에까지 밀린 다음 이곳저곳 헤매다가 잘 난 것도 없고 잘 난 체도 않는 돌멩이 하나 울타리 삼아 피어난 들꽃의 품에 안긴다 그래도 나는 행복한 광야의 순례자 잡벌이다. 2024. 6. 11. 이전 1 2 3 4 ··· 10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