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경이
최규학
동산을 날아오르는 새벽 불새의 붉은 눈동자에서
실핏줄이 터져 핏물이 뿜어 나오는 것을 바라보는
그 순간
서산에 추락하는 저녁 까마귀의 금빛 날개에
꺼져가는 장작불의 숯검정이 묻는 것을 바라보는
그 순간
꽃 입술에 입 맞추고 있는 엉큼하지 않은
이슬방울을 바라보았을 때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그 순간
우연히 하늘의 강에 놓인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영혼을 바라보았을 때
가슴이 쿵쾅거리는
그 순간
너를 새롭게 바라보았을 때
너의 눈빛
너의 가슴
태초에서부터 흐르는 시간의 강이 멈춰버리는
그 순간
[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