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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절에 가는 이유 내가 절에 가는 이유 시인 최규학 내가 절에 가는 이유는 대웅전에 모셔놓은 부처님 상에 절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법당에서 부처님 말씀을 듣고 깨달음을 얻으려는 것도 아니다 해탈한 스님을 만나 번뇌를 없애려는 것도 물론 아니다 다리 건너 궁궐 같은 절 집을 보고 감탄하려는 것도 아니며 늙은 나무의 영광을 보며 힐링하려는 것도 아니다 절이 그 자리에 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나를 보러 절에 가는 것이다 절에 가면 나를 볼 수 있을까 하여 절에 가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나를 못 보고 돌아온다 2022. 2. 4.
우리 동네 팽나무 우리 동네 팽나무 최규학 이제는 할아버지가 된 우리 동네 팽나무는 우리 동네에서 바위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가장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도 팽나무에 올라가 놀았고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팽나무 아래에서 놀았다. 우리 동네 팽나무가 볼 때 동네 사람 모두가 어린아이다 우리 동네 팽나무는 우리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을 하늘과 함께 다 보았다. 흥부네가 부자가 되고 놀부네가 가난해지는 것도 보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보다 더 강한 사랑과 오 부차의 와신과 월 구천의 상담보다 더 강한 미움도 보았다. 알을 깨고 아브락사스를 찾아가는 새처럼 마을을 떠나는 사람과 이몽룡처럼 금의환향하는 사람도 보았다. 우리 동네 팽나무가 볼 때 이런 것들은 모두가 한 조각 뜬구름이다. 우리 동네 팽나무가 가장 잊지 못.. 2022. 1. 31.
고향 고향 이 집이 누구네 집이고 저 집은 뉘 집인지 낯선 곳도 아니건만 어찌하여 이렇게 모르겠단 말이냐? 고향 땅을 너무 늦게 찾아온 탓이더냐 아니면 세상이 급속도로 변한 것이더냐 우리가 늙은 건 지 세상이 변한 건 지 모두가 낯 선 것뿐 주인마님 마저 바뀌어 더욱더 모르는 곳 고향이더이다 아쉬움 많지만 어쩌겠나이까 그래도 내 고향은 고향이니 마음에 그림자로 둬야겠습니다 2022. 1. 18.
고향 뒷동산 고향 뒷동산에서 2022.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