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절에 가는 이유
시인 최규학
내가 절에 가는 이유는
대웅전에 모셔놓은 부처님 상에
절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법당에서 부처님 말씀을 듣고
깨달음을 얻으려는 것도 아니다
해탈한 스님을 만나
번뇌를 없애려는 것도 물론 아니다
다리 건너 궁궐 같은 절 집을 보고
감탄하려는 것도 아니며
늙은 나무의 영광을 보며
힐링하려는 것도 아니다
절이 그 자리에 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나를 보러 절에 가는 것이다
절에 가면 나를 볼 수 있을까 하여
절에 가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나를 못 보고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