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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태산 수사자 호태산 수사자 최규학 나의 집 옆에 작은 동산이 있는데 호태산이라 한다 나는 호태산에 오르면 한 마리 벌거숭이 수사자로 변신한다 나는 수사자가 되어 나무와 풀과 돌멩이와 새와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구름 조각에 인사하고 사랑한다 말한다 나는 개처럼 산속에서 오줌을 누거나 침을 뱉지 않는다 그곳은 삼라만상이 태어나고 벌거숭이로 뒹구는 신성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산의 영혼을 깨우기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발 한발 산의 경혈을 지압한다 이윽고 산은 깨어나서 노래하고 시를 읊는다 나는 산이 부르는 노래와 시를 들으며 감동한다 나는 호태산의 천둥벌거숭이 수사자가 되어 펄펄 뛰면서 영혼의 구원에 이른다 2021. 7. 10.
참! 좋은아침! 참! 좋은아침! "사람의 향기가 나는 시간" 어느 날 시계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시계 안에는 세 사람이 살고 있다. 성급한 사람. 무덤덤하게 아무런 생각이 없는 사람. 그리고 느긋한 사람. 당신은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다람쥐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쫓기듯 살고 있습니다. 세상이라는 틀에서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감각하게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내맡기는 것입니다.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지만 그것을 즐기고 이용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모두 다릅니다. 시계 바늘이 돌아가듯 바쁘게 하루를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씩 고요의 시간으로 돌아와 자신의 삶을 음미할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길가에 핀 꽃 한 송이를 음미해 .. 2021. 7. 8.
金鍾鎭先生長逝 二首/ 金鍾鎭先生長逝 二首 김종진 선생이 아주 가시다 到夕耕鋤種菜田 遇余靑眼話連連 嗚呼一旦良緣絶 奔走白雲暫不牽 里仁爲美詣門前 家況重沈眞可憐 分手病妻何急去 籬邊花木失其姸 저물녘까지 호미질하며 채마밭 가꾸시다가 나를 만나면 반가워하며 계속 이야기 꽃 피웠네 오호라 하루 아침에 좋은 인연이 끊어지다니 내달리는 흰 구름 잠시도 만류할 수 없구나 어진 분 이웃에 사는 게 좋아 문앞으로 찾아가곤 했었지 집안 사정이 무겁게 가라앉아 참으로 가엾기 그지없었지 병든 아내의 손을 놓고 어찌 그리 급히 떠나셨을까 울타리 가의 꽃나무들도 어여쁜 모습을 잃었구나 [해설] 부여고등학교에서 윤리 교사로 재직했던 김종진(1962∼ ) 선생님이 우리 마을에 집을 짓고 옮겨오신 지 4년쯤 되는 것 같다. 부인께서 불치병을 앓고 있어서, 정년을.. 2021. 7. 4.
* 父 女 之 間 * (방긋)감동의 글(방긋) 남해 청보리가 익어간단다. 보리 이삭을 탐하던 참새가 인기척에 놀라 날아오르는. 모습이 사진으로 일간지에 실렸다. 예전에는 이무렵이면 보리고개라 해서 어려운 가정이 참 많았는데 그래도 부모자식간의 사랑과 존경, 그리고 효의식은 지금과 비교되지 못할만큼 일상적이고 현저했었다. 가정의 달. 옛이야기 하나로 그 시절을. 되새김질 해 본다. * 父 女 之 間 * 가난한 농부 아버지가 딸을 부잣집에 시집 보내 놓고, 딸이 잘 사는지 보고 싶어 딸네 집을 찾아갔단다. 입을 만한 옷도 딱히 마탕치 못해 한겨울에 홑바지에 두루마기만 걸치고 사돈댁에 갔더란다. 저녁에 진수성찬을 차려서 오랜만에 포식을 했다. 기름진 음식으로 배탈이 났는지 뱃속이 우르릉쾅쾅 하더니 설사가 나서 그만 참지 못하고 바.. 2021.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