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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397

봉래자 봉래자(蓬萊子) 최규학 봉래자여 봉래자여 봉래산 숨은 골에 봉(鳳)치던 봉래자여 봉래산 시린 물에 용(龍)키던 봉래자여 불국토에 연화화생하여 명농성왕 위로하고 부여창을 격려했네 용 한 마리 무릎 꿇려 삼팔 연화 대향로를 머리에 이게 하고 봉 한 마리 날아 올려 칠십사봉 봉래산 꼭대기 지켜보게 하였구나 향불 연기 피어나니 자색 구름 감돌고 오악사 연주하니 오기러기 춤을 춘다 어이 어이 어이 봉황아 어서 날거라 볼로 장생 신선 세계가 그 어디냐 학선(鶴仙) 구선(龜仙) 인선(人仙) ..팔십구 신선이 겁을 겪고 깨어나니 백제땅이 온통 봉래산이로다 *봉래자는 필자가 명명한 백제금동대향로의 제작자 이름으로 봉래산 신선을 의미함 2020. 8. 5.
성근 소나무 숲 성근 소나무 숲 최규학 성근 소나무 숲 기어가는 뱀 등줄기가 흠뻑 젖는다 온 몸을 다하여 온 힘을 다하여 앞으로 나아가도 솔개의 검은 그림자를 피할 수 없다 울창한 참나무 숲 지날 때가 그립다 거기서는 몸은 어려워도 맘은 편했다 여기서는 몸은 편해도 맘이 불안하다 인생은 두 가지를 다 가질 수 없다 둘 중에 하나는 포기해야한다 성근 소나무 숲 기어가는 뱀 솔개 덕에 하늘을 난다 2020. 7. 24.
산봉우리 /최규학 산봉우리 최규학 산봉우리처럼 외로운 것 어디 있으랴 꽃봉오리를 닮았지만 영원히 꽃피울 수 없는 운명 쌀쌀한 바람만 이마에 스치운다 산봉우리처럼 가난 한 것 어디 있으랴 빗방울이 진주처럼 쏟아져도 단 한 방울도 담을 수 없는 운명 무성한 숲이나 넘치는 계곡물은 산 아래에 있다 산봉우리처럼 낮은 것 어디 있으랴 우뚝 솟아 모든 것을 거느린 것 같지만 단 하나도 지배할 수 없는 운명 보잘 것 없는 뜨내기 구름 조차 높은 산봉우리를 깔아뭉개고 간다 2020. 7. 17.
밭 바위 / 최규학 밭 바위 최규학 산자락이 남실대는 숲속 길가에 뻘건 황토밭이 출렁입니다 밭 가운데 까만 밭 바위가 할아버지처럼 웅크리고 앉아 있습니다 홀로 사는 꼬부랑 할머니가 공무원처럼 출퇴근 하며 일을 합니다 하루 종일 일을 해도 일한 흔적은 별로 나지 않습니다 평생 일을 해도 정년퇴직도 없습니다 할머니의 유일한 직장동료는 할아버지처럼 늙은 밭 바위뿐입니다 하루 종일 두런두런 업무협의를 합니다 밭 바위는 귀가 어두운지 불만인지 아무 대답이 없습니다 할아버지도 그랬습니다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가 답답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할아버지가 그립습니다 언제 부터인가 할머니는 일하러 밭에 오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 같은 밭 바위를 만나러 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든든하게 앉아 있는 밭 바위가 꼭 할아버지 같.. 2020. 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