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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397

원추리꽃 / 최규학 원추리꽃 최규학 산에 산에 원추리 꽃 우리 엄마 그리는데 더 많은 꽃 필요할까 우물가에 원추리꽃 우리 엄마 그리는데 또 다른 꽃 필요할까 무덤가에 원추리꽃 우리 엄마 그리는데 무슨 꽃 더 필요할까 우리 엄마 원추리꽃 사슴마냥 엄마 꽁무니 대롱대롱 매달렸네 //원추리는 한자로 훤인데 어머니를 높일 때 훤당이라고 합니다 근심을 잊는 망우초 어머니처럼 보호하는 모예초 아들 낳게하는 의남초 사슴이 해독초로 먹는 녹총 넓다고 넘나물 등 주로 어머니와 관계되는 꽃입니다♡♡♡ 2020. 9. 4.
매미의 사랑 / 최규학 매미의 사랑 최규학 수탉은 고함을 지르고 새는 지저귀고 매미는 용을 씁니다 수탉은 깨어나라고 소리지르고 새는 어둠이가고 새날이 온다고 시를 읊는데 매미는 목청 높여 사랑을 외칩니다 아랫배를 볼록거리며 사랑이 최고라고 열을 냅니다 자기의 사랑을 받으라고 핏대를 올립니다 가소로운 듯 새가 바라봅니다 사랑밖에 모르는 매미가 딱합니다 목소리가 크다고 힘도 센 건 아닙니다 날 수 있다고 다 같은 날개가 아닙니다 기익 기익 처절한 비명소리가 초라하게 울립니다 새가 매미를 물고 하늘 높이 날아갑니다 매미의 거창한 사랑이 허무하게 끝났습니다 2020. 8. 28.
허물 / 최규학 허물 최규학 허물을 벗지 않고 클 수 있는 사람 어디 있으랴 누에는 여러 번 허물을 벗고 몸을 풍선만큼 키운다 굼벵이는 어둠 속을 몇년이나 헤매다가 허물을 벗고 밝은 세상을 날게 된다 제 몸의 허물은 투명한 비단 옷이다 더러운 옷을 벗는다고 허물이 벗겨지는 것이 아니다 깨끗한 물로 때를 닦는다고 허물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제 몸에 씌워진 투명한 허물이 뱀 껍질 임을 아는 자만이 허물을 벗고 큰 사람이 될 수 있다 비단 실을 토하는 큰 누에가 될 수 있다 사랑 노래 부르는 매미가 될 수 있다 2020. 8. 22.
사택지적비 / 최규학 사택지적비 최규학 백제의 항아리처럼 담담하게 박물관 구석에 웅크린 사택지적비 누군가 오기를 기다려 인생을 말하고 역사를 외친다 백제 역사 부서진 잡석 속에서 저 빛나는 불멸 어두침침한 구석쟁이가 대향로 심지 불 켠듯 눈이 부시다 금 진당 옥 보탑 신령스런 빛을 토하고 성스러운 밝음을 비추던 그 자리 노담의 손으로 구양순의 붓을 잡고 인생을 돌아보는 늙은 사택씨 옆 방 마애불이 씨익 웃는다 2020.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