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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397

* 父 女 之 間 * (방긋)감동의 글(방긋) 남해 청보리가 익어간단다. 보리 이삭을 탐하던 참새가 인기척에 놀라 날아오르는. 모습이 사진으로 일간지에 실렸다. 예전에는 이무렵이면 보리고개라 해서 어려운 가정이 참 많았는데 그래도 부모자식간의 사랑과 존경, 그리고 효의식은 지금과 비교되지 못할만큼 일상적이고 현저했었다. 가정의 달. 옛이야기 하나로 그 시절을. 되새김질 해 본다. * 父 女 之 間 * 가난한 농부 아버지가 딸을 부잣집에 시집 보내 놓고, 딸이 잘 사는지 보고 싶어 딸네 집을 찾아갔단다. 입을 만한 옷도 딱히 마탕치 못해 한겨울에 홑바지에 두루마기만 걸치고 사돈댁에 갔더란다. 저녁에 진수성찬을 차려서 오랜만에 포식을 했다. 기름진 음식으로 배탈이 났는지 뱃속이 우르릉쾅쾅 하더니 설사가 나서 그만 참지 못하고 바.. 2021. 7. 3.
비 오는 날의 수채화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최규학 푸른 산이 파란 우산이 되어 비를 맞는다 봉황이 되어 나래를 활짝 펴고 비를 맞는다 작은 새의 날개가 젖지 않도록 도라지 꽃의 화장이 지워지지 않도록 대신 비를 맞는다 온 세상이 우산으로 가득하다 비 오는 날 아침 학교 가는 길가에 우산꽃이 핀 것 처럼 산이 연잎처럼 피었다 우산의 위대함은 그저 비를 막아주는 것이 아니라 대신 비를 맞아 주는 데 있다 위대한 사랑은 함께 우산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우산이 되어주는 것이다 내가 대신 젖는 것이다 산이 우산이 되어 세상의 비를 다 맞고 있는 모습 비 오는 날의 가장 위대한 수채화이다 2021. 7. 3.
落花岩 落花岩 ~石壁 洪春卿~ 國破山河 異昔時 獨留江月 幾盈虧 落花岩畔 花猶在 風雨當年 不盡吹 나라 망하여 강산은 옛날과 달라졌는데, 홀로 남은 저 강달은 몇 번 차고 기울었나. 낙화암 곁에 꽃은 아직 있나니, 그 때의 비바람도 다 없애지 못했구나. 2021. 6. 29.
쑥 최규학 어머니의 사랑은 정말 쑥 이었나 보다 징그러운 봄이 와 소쩍새 울 때 아버지 산소 가에 쑥 캐러 가셨지 쑥 캐며 아버지 생각도 캐셨지 쑥국을 좋아하던 아버지 생각도 캐셨지 어머니의 사랑은 정말 쑥 이었나 보다 징그러운 여름날 뻐꾸기 울 때 아버지 산소 가에 쑥 뜯으러 가셨지 쑥 뜯으며 아버지 생각도 뜯었지 쑥버무리 좋아하던 아버지 생각도 뜯었지 어머니의 사랑은 정말 쑥 이었나 보다 징그러운 가을날 풀벌레 울 때 아버지 산소에 쑥 뽑으러 가셨지 쑥 뽑으며 아버지 생각도 뽑으려 하셨지 쑥 향기 좋아하던 아버지 생각에 그만 눈물만 뽑았지 2021. 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