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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 父 女 之 間 *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21. 7. 3.
(방긋)감동의 글(방긋)

남해 청보리가 익어간단다.
보리 이삭을 탐하던 참새가 인기척에 놀라 날아오르는. 모습이 사진으로 일간지에 실렸다. 예전에는 이무렵이면 보리고개라 해서 어려운 가정이 참 많았는데 그래도 부모자식간의 사랑과 존경, 그리고 효의식은
지금과 비교되지 못할만큼 일상적이고 현저했었다.
가정의 달.
옛이야기 하나로 그 시절을. 되새김질
해 본다.

* 父 女 之 間 *

가난한 농부 아버지가 딸을 부잣집에 시집 보내 놓고,
딸이 잘 사는지 보고 싶어 딸네 집을 찾아갔단다.
입을 만한 옷도 딱히 마탕치 못해 한겨울에 홑바지에 두루마기만 걸치고 사돈댁에 갔더란다.

저녁에 진수성찬을 차려서 오랜만에 포식을 했다.
기름진 음식으로 배탈이 났는지 뱃속이 우르릉쾅쾅 하더니 설사가 나서 그만 참지 못하고 바지에 조금 지려버렸단다.

아버지는 몰래 바지를 벗어 둘둘 말아 방문 밖에 내놓고 알몸으로 잘 수가 없어서 두루마기를 입고 잤더란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이런 망할 놈의 개가 냄새를 맡고 바지를 물어 가버렸다. 이리저리 찾다 보니 빨래줄에 바지 같은 것이 있어서 급한 김에 얼른 입고 말았단다.

잠이 깬 안사돈이 일어나 빨래줄에 널어 놓은 고쟁이가 없어졌다고 중얼거리며 찾고 있었다.

"아차, 큰일났구나." 아비는 얼른 집으로 도망가야겠다고 허겁지겁 뛰어 나오다가 미끄러져 마당에 그만 벌러덩 자빠지고 말았단다.

안사돈이 놀라 달려와보니 자기의 고쟁이를 입은 바깥사돈의 벌어진 가랭이 사이로 거시기가 "쑥" 나와 있는지라.

안사돈이 놀라 "내 고쟁이를 어찌 사둔 어른께서 입으셨어요?" 하자, 바깥사돈까지 나와서 고쟁이 사이로 삐져 나온 거시기를 보고, "허허. 이 추운 엄동설한에 그것을 왜 꽁꽁 얼리고 게시오?" 했다.

마당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딸까지 나왔다가 이런 개망신이 어디있을까 하고 고개를 못 들고 있던. 딸이 아버지를 잡고 대성통곡하며

"아버지 이제 됐습니다. 아버지 덕에 저는 잘 살 것입니다. 가난한 집 딸인 제가 부잣집에 시집을 간다니까, 아버지가 저를 위해 점쟁이에게 점을 봤더니 '아버지가 사돈집에 가서 큰 망신을 당하면 딸이
액땜을 하고 잘 산다"
고 해서 아버지가 이렇게 일부러 망신을 당하시는군요. 아버지 정말 고마워요. 이제 아버지 덕분에 액땜도 하고 잘 살겠군요."

그랬더니 사돈내외가 그 말을 듣고는 모두 감탄을 하며 "이만큼 자식사랑 큰 아버지가 세상 어디 있단 말인가." 하면서 눈물까지 글썽였단다.

이어 깨끗한 옷 한 벌을 내다주면서
"사돈어른, 걱정 마십시오. 내 며느리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겠습니다. 이런 훌륭한 아버지의 딸이니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 것입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하고 고마워 하더란다.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내 딸이 천하에 둘도 없는 효녀로구나. 아버지 망신을 액땜으로 둘러대어 위기를 모면해 주다니, 세상에 이런 딸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참으로 효녀구나." 하고 눈물짓더란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릴만큼 주변 자연은 화사하고 만물이 융성해지는 시절입니다.
부모님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에 감사하고 마음 나누시며 행복하십시요.
먹거리가 풍성해지면 마음마져 누그러져 바람직하지 못한 일들이 생겨나는게 통상이었음을 기억하시고 건강하시고 실망되는 일 없도록 마음 쓰십시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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