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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비 오는 날의 수채화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21. 7. 3.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최규학

푸른 산이 파란 우산이 되어
비를 맞는다
봉황이 되어 나래를 활짝 펴고
비를 맞는다
작은 새의 날개가 젖지 않도록
도라지 꽃의 화장이 지워지지 않도록
대신 비를 맞는다
온 세상이 우산으로 가득하다
비 오는 날 아침
학교 가는 길가에 우산꽃이 핀 것 처럼
산이 연잎처럼 피었다
우산의 위대함은 그저 비를 막아주는 것이 아니라
대신 비를 맞아 주는 데 있다
위대한 사랑은 함께 우산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우산이 되어주는 것이다
내가 대신 젖는 것이다
산이 우산이 되어
세상의 비를 다 맞고 있는 모습
비 오는 날의 가장 위대한 수채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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