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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397

백록담 / 최규학 백록담 최규학 한라산 백록담에 물 한 사발 담기 위해 바다는 수도 없이 구름이 되어야 했다 바람은 수도 없이 구름을 밀어 올려야 했다 구름은 수도 없이 산꼭대기에 앉아 울어야 했다 정말 놀랍다 물 한 사발 담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2019. 11. 2.
눈빛 / 최규학 눈빛 최 규 학 나비가 꽃에게 끌리는 것은 나비가 꽃을 바라보는 눈빛 때문이다 소나기가 나무에 쏟아지는 것은 나무가 구름을 바라보는 눈빛 때문이다 갈매기가 바다를 떠나지 못하는 것은 바다가 갈매기를 바라보는 눈빛 때문이다 내가 고추잠자리처럼 세상을 맴돌다가도 결국.. 2019. 10. 31.
계란과 바위 / 최규학 계란과 바위 최규학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계란이 깨어진다 계란이 깨어진다고 약한 것은 아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칠 수 있지만 바위로 계란을 칠 수는 없다 바위에서 나온 손오공이 계란에서 나온 닭 보다 강한 것은 아니다 닭은 다시 계란을 낳을 수 있지만 손오공은 다시 바위.. 2019. 10. 19.
맞절/최규학 맞절 최규학 절을 하자 허리 굽혀 절을 하자 나도 절하고 너도 절하고 우리 모두 절을 하자 맞절을 하자 나는 너를 보고 너는 나를 보고 서로 마주보고 맞절을 하자 내가 숙인 만큼 너도 숙이고 네가 숙인 만큼 나도 숙이고 똑같이 숙여 맞절을 하자 너 잘 난 것 다 내려놓고 나 잘 난 것 다.. 2019.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