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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397

겨울산 / 최규학 겨울산 / 최규학 겨울산은 명상에 잠긴 산신령이다 찬바람 불어와 등을 밀어도 흰 눈이 내려와 몸을 덮어도 가만히 앉아 주문을 외운다 어린 새 굶어죽지 않도록 작은 나무 얼어 죽지 않도록 기도를 한다 하늘도 감응하여 찬바람 그치고 눈도 녹는다 겨울 산의 품안에서 모든 생명 무사하다 겨울산은 쓸쓸하지만 거룩하신 겨울신이다 ***부여신문에서*** (시로 여는 아침) 2021. 1. 27.
친구를 보내며 친구를 보내며 최규학 친구여 정말 떠났는가 간다는 인사도 없이 정말 떠났는가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무엇이 그리 급해 말 한마디 없이 떠났는가 별이 빛나는 하늘길로 떠났는가 한 구름 머무는 백운향으로 떠났는가 진달래 질 때 두견새 슬피 울고 국화꽃 질 때 기러기 기럭기럭 한겨울 눈꽃도 한창인데 동박새 어이하라고 동백꽃처럼 떠났는가 동박새 울음소리 들리는가 그대 못 잊어 그대의 고운 얼굴 못 잊어 그대의 인자한 미소 못 잊어 그대의 넓은 가슴 잊을 수 없어 흐느끼는 저 소리 들리는가 친구여 잘 가시게 대장 친구여 먼저 잘 가시게 가서 친구들 찾아올 때 웃는 얼굴로 맞아 주시게 그대 없는 세상은 어두운 밤하늘 나는 불 잃은 불나방처럼 한참을 헤메이리라 2021. 1. 24.
카라멜마끼아또 / 최규학 카라멜마끼아또 최규학 오묘한 사랑의 맛을 느끼려면 카라멜마끼아또를 마셔요 하트 표시가 그려진 그녀의 얼굴에 키스를 해요 하얀 하트는 그냥 두고 속에 감춰진 흑진주 같은 까만 눈물을 마셔요 달콤함 속에 감춰진 쓴맛을 찾아요 달콤한 맛에 쓴맛이 섞인 오묘한 맛을 느껴요 땅굴을 파고 들어간 광부가 숨겨진 보석을 찾듯 숨어있는 맛을 찾아요 사랑의 오묘한 맛을 느끼려면 차를 타고 가면서 빨대 하나로 둘이서 카라멜마끼아또를 마셔요 병아리처럼 한 입 한 입 번갈아 사이좋게 마셔요 빨대에 묻어있는 사랑도 함께 마셔요 옆 사람이 미소 짓나요 창밖의 풍경도 미소 짓나요 카라멜마끼아또가 즐거워 요동치나요 전신에 뻗은 혈관을 타고 수액이 들어가듯 사랑이 흘러 들어가나요 얼굴에 함박꽃이 피나요 몸에서 장미 향기가 나나요 사랑의.. 2021. 1. 23.
예쁜 손 / 최규학 예쁜 손 최규학 사람의 몸 중에 가장 정직한 건 손이다 얼굴의 주름은 화장으로 감출 수 있지만 손 등의 주름은 나이테처럼 뚜렷하다 정말 예쁜 손은 섬섬옥수가 아니다 나뭇등걸처럼 거친 손이다 어머니 손을 보라 한평생 자식을 위해 봉사한 저 거친 손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잡초 속에 솟아난 한 떨기 백합화 같구나 누가 저 거친 손을 추하다 하랴 누가 저 거친 손을 못났다 하랴 2021.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