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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397

파도 / 최규학 파도 최규학 하늘은 하얀 구름으로 파도를 치고 바다는 푸른 물로 파도를 치는데 당신은 형체도 없이 내 가슴에 거센 파도를 칩니다 하늘은 하얀 구름으로 하얀 파도를 치고 바다는 푸른 물로 푸른 파도를 치는데 당신은 형체도 없이 내 가슴에 하얗고 푸른 파도를 칩니다 당신의 파도는 나를 하얗게 지웠다가 파랗게 그렸다가 끝없이 출렁거립니다 하늘을 바라보면 당신은 하늘이 되고 바다를 바라보면 당신은 바다가 됩니다 쉼 없이 몰아치는 당신의 파도에 나는 하얗게 질렸다가 파랗게 까무러쳤다가 만신창이가 됩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의 파도가 있기에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2021. 2. 19.
느티나무 노래 / 최규학 느티나무의 노래 최규학 나는 낙엽 같은 세월을 불사르고 신이 되었다 나는 개천의 이무기보다 오랜 세월을 동네 어귀에서 견디고 견뎌서 용이 되었다 내가 용이되니 지구는 여의주가 되어 내 발밑으로 들어왔고 별들은 꽃이 되어 내 손에 잡혔다 나는 신이 되기 위해서 하늘의 질투인 벼락을 맨몸으로 견디고 인간의 마음같은 바람의 구애를 한없이 뿌리쳐야 했다 내가 눈발을 견딜 때 눈발은 하얀 꽃이 되어주고 빗발을 견딜 때 벗 발은 푸른 옥구슬이 되이주었다 인간은 모든 것을 얻으려다 허망하게 죽어서 뒷산에 묻혔지만 나는 모든 것을 버리고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살아서 거룩한 신이 되었다 2021. 2. 5.
MBN〈我是自然人〉視聽后 (絶句) MBN〈我是自然人〉視聽后 (絶句) 逃世隱居勝接人 一朝奄爲葛天民 寥寥獨在雲中老 長對靑山無俗塵 MBN 〈나는 자연인이다〉를 시청하고 도피하여 숨어 사는 게 사람 만나는 것보다 낫더니 하루 아침에 문득 갈천씨 백성이 되었구나 적막하게 홀로 구름 속에서 늙어가는데 푸른 산 오래 대하더니 속진을 다 떨치셨네 ㈜ 葛天: 중국 상고시대 전설적 제왕인 갈천씨를 가리킴.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한다. 도연명의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에 “갈천씨의 백성인가”라는 말이 보인다. [해설] 연구자가 텔레비전을 시청할 시간이 얼마나 많을까마는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가 그것이다. 세속잡사에 시달리는 오십대 이상의 사람, 특히 남성들이 이 프로를 시청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 2021. 2. 2.
바다의 춤 바다의 춤 최규학 갈매기의 날갯짓을 따라 바다가 춤을 춘다 바다의 춤을 따라 갈매기가 춤을 춘다 갈매기의 부리에 물린 물고기가 눈물을 떨구면서 트위스트 춤을 춘다 사람들의 넋도 흐느끼며 춤을 춘다 바다를 건너온 당나라 군대에 산을 넘어온 신라의 병사에 베이고 찔린 백제사람들 모두 바다가 되어 하염없이 춤을 춘다 나도 따라 춤을 춘다 이 바다를 바라보는 모든 것들이 춤을 춘다 영혼의 땀 냄새 비릿하다 영혼의 피 색깔 노릿하다 천국으로 가는 구름 열차가 쉴새 없이 바다 역을 지나간다 우르릉 쿵 기적소리 울린다 바다의 하얀 물결은 여인이 옷깃을 여미듯 살풀이춤을 춘다 이 바다에 쉼 없이 숨을 불어넣는 자는 누구인가 나인가 저 구경꾼인가 역사의 춤사위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2021.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