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의 노래
최규학
나는 낙엽 같은 세월을 불사르고 신이 되었다
나는 개천의 이무기보다 오랜 세월을
동네 어귀에서 견디고 견뎌서 용이 되었다
내가 용이되니 지구는 여의주가 되어
내 발밑으로 들어왔고
별들은 꽃이 되어 내 손에 잡혔다
나는 신이 되기 위해서
하늘의 질투인 벼락을 맨몸으로 견디고
인간의 마음같은 바람의 구애를 한없이 뿌리쳐야 했다
내가 눈발을 견딜 때 눈발은 하얀 꽃이 되어주고
빗발을 견딜 때 벗 발은 푸른 옥구슬이 되이주었다
인간은 모든 것을 얻으려다 허망하게 죽어서
뒷산에 묻혔지만
나는 모든 것을 버리고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살아서 거룩한 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