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397

산수유 산수유 최규학 소나무 옆 산수유 대들보 옆 회초리 같았는데 어른 옆 아이 같았는데 새들도 소나무에 깃들어 거들떠보지 않았는데 봄이 와서 꽃이 피니 산수유 옆 소나무 꽃나무 옆 잡목 같구나 소녀 옆 할아버지 같구나 벌 나비도 꽃에 앉아 거들떠보지 않는구나 새들도 꽃 노래 부르는구나 가을이 되어 산수유 열매 빨갛게 익으면 시커먼 솔방울 거울 보기 싫겠지 덩치만 큰 소나무 두 눈 뜨기 싫겠지 2021. 3. 28.
들 매화 들 매화 최규학 들 매화 꽃망울은 어머니 눈물인가 외로움 씨줄 삼고 그리움 날줄 삼아 겨우내 베 짜실 적에 매화처럼 우셨지 // 시조 입니다 올해 시조시인 등단하고 시조집 출판 예정입니다 2021. 3. 18.
나무의 외침 나무의 외침 최규학 나는 가로수 되기 싫어요 정원수도 싫고요 분재는 더욱 싫어요 길가에 나가서 나란히 줄 맞추기 싫어요 집안에서 단장하고 아양 떨기 싫어요 화분에서 허리 꺾여 바보 흉내 내기 싫어요 나는 숲에서 사는 나무 되고 싶어요 이리저리 제멋대로 얽혀서 뒤죽박죽 살고 싶어요 길가에서 먼지 마시기 싫어요 집안에서 수돗물 마시기 싫어요 기름진 거름도 싫어요 조미료 비료도 싫어요 숲속에서 새똥 몇 알이면 족해요 구름 눈물 한 됫박이면 족해요 아무리 편해도 영혼 없는 나무는 싫어요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내 뜻대로 사는 나무 될래요 태어난 그 자리에서 운명대로 살래요 2021. 3. 12.
잠자는 호수 잠자는 호수 최규학 잠자는 호수 속에는 잠자는 호수가 들어있습니다 새근새근 고단한 숨결에 잔잔한 물결이 일렁입니다 잠자는 호수 속에는 잠들지 않는 별들이 들어있습니다 반짝반짝 별들 때문에 호수는 밤새 별 꿈을 꿉니다 잠자는 호수 속에는 옛날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구름 궁전 달님 공주 별님 왕자 금도끼 은도끼 별똥별이 된 슬픈 영혼들의 이야기가 수초처럼 얽혀있습니다 잠자는 호수 위에는 잠들지 않는 나뭇잎 배가 떠 있습니다 달 등 켜고 별 등 켜고 숲의 요정이 오기를 밤새 기다립니다 2021.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