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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나무의 외침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21. 3. 12.

나무의 외침

최규학

나는 가로수 되기 싫어요
정원수도 싫고요
분재는 더욱 싫어요
길가에 나가서 나란히 줄 맞추기 싫어요
집안에서 단장하고 아양 떨기 싫어요
화분에서 허리 꺾여 바보 흉내 내기 싫어요
나는 숲에서 사는 나무 되고 싶어요
이리저리 제멋대로 얽혀서 뒤죽박죽 살고 싶어요
길가에서 먼지 마시기 싫어요
집안에서 수돗물 마시기 싫어요
기름진 거름도 싫어요
조미료 비료도 싫어요
숲속에서 새똥 몇 알이면 족해요
구름 눈물 한 됫박이면 족해요
아무리 편해도 영혼 없는 나무는 싫어요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내 뜻대로 사는 나무 될래요
태어난 그 자리에서 운명대로 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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