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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 최규학 반성문 최규학 어릴 때는 반성문을 쓰기 싫었는데 이제는 자청해서 반성문을 쓴다 어릴 때는 매 대신 반성문을 썼는데 이제는 약 대신 반성문을 쓴다 반성문을 쓰고 나면 마음이 후련하다 어릴 때 토끼몰이했던 것을 반성한다 선생님은 장군 우리들은 졸병이었다 학교 뒷산을 포위하고 함성을 질렀다 토벌대처럼 포위망을 좁히면 어린 토끼들은 도망가다 눈 속에 얼굴을 파묻고 어른 토끼들도 포위망을 뚫지 못하고 잡혔다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 잡은 수호지의 송강처럼 토끼들을 때려죽였다 선생님들은 토끼탕 고기 안주로 축배를 들고 우리들은 국물에 밥을 먹으며 승리감에 도취했다 새끼 토끼들이 얼마나 놀랐으랴 부모 토끼들이 얼마나 슬펐으랴 토끼 가족에게 용서를 빈다 세상에 나와보니 나도 토끼다 토끼의 빨간 눈이 슬프다 사람의 빨간 .. 2020. 5. 25.
프로그램이 바꼈어요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왔다 프로그램이 조금 이상해 졌다 며칠 사이 바뀌었다 좀 더 편리하게 업이 됐을 텐데 공부를 좀 해야겠다 지금은 좀 낯설다 2020. 5. 19.
오늘을 맞이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오늘을 맞이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하늘 햇빛 구름 공기 바람 산과 들 푸른 숲을 맞이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2020. 5. 19.
청실 홍실 / 최규학 청실홍실 최규학 외삼촌께서 한 조각구름 되어 어머니가 계시는 백운향(白雲鄕)에 가셨다 겨우 인생 팔십인데 붙잡는 인연보다 기다리는 인연이 더 좋았나 보다 세상살이 험난하여 봄가을은 짧고 여름과 겨울은 길었다 술 없이 어찌 그 혹독한 세월을 견딜 수 있었으랴 술로는 이태백이요 행실은 공자님이었으니 풍양 조 씨 가문에 그만한 인물도 흔하지 않으리라 외삼촌 결혼식 때 청실홍실 묶는 것을 보았는데 외삼촌 장례식 때 청실홍실 푸는 것을 보는구나! 결혼식 때 본 청실홍실은 아침노을 같았는데 장례식 때 보는 청실홍실은 저녁노을 같구나 이승의 저녁노을이 저승에서는 아침노을이겠지 오십여 성상을 청실홍실 엮어서 아들 손자며느리 다 짜 놓았으니 무슨 한 남았으랴 다만 고향 뒷산에서 소쩍새 우는 소리 들리거든 홀로 남은 홍실.. 2020.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