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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나의이야기

엄마가 꿈속에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22. 8. 11.

엄마가 꿈속에 보인다
쓸쓸한 표정으로 아무 말없이
엄마가 시집와서 살던 집을 한 바퀴 마당으로 해서 지나간다
가족들이 보인다
고모도 보이고 둘째 할머니도 보이고
동생들도 보인다 주욱 마루 사이와 마당에 모여있다
둘째 할머니는 하얀 박스에서 김치를 꺼내어 골고루 한 두쪽씩 나눠준다
엄마는 한참 쳐다보다가 무표정한 얼굴로 마당 가운데 길로 모르는 사람처럼 그냥 쓱 지나간다ㅡㅡ


2022년 8월 9일
하루 종일 엄마 생각에 손에 일이 안 잡히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비도 엄청 내리고 우울한 하루였다
자식의 도리를 못 한 죄인이 되어 슬프고 마음을 가눌 수 없는 날이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불효자 자식 노릇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못 한 내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이게 뭔가 싶기도 하고 답답한 마음뿐이었다
가슴이 터지고 심장이 멎을 것 같은 오늘이다
지난주 8월 1일 친정에 가서 엄마랑
3일 간 같이 지내며 엄마를 보니
안타깝고 뭐라 말할 수 없는 느낌이 슬프게 했다


언젠가부터 엄마의 기억이 조금씩 사라지던 이제 1분도 기억이 안되고 움직임도 불안해서 혼자 거주하시기엔 아니었다
그동안은 아버지가 불편한 몸으로나마
엄마를 케어하시었는데
아버지가 1달 전 2차 뇌경색으로 병원에 입원 중이시다
그러다 보니 엄마가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누가 옆에 있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자식이 없다


그동안 동생들이 돌보았는데 각자의 생활을 하다 보니 여건이 안되어
동생이 근무하는 요양원에 모시기로 했다
아버지도 퇴원하시면 같이 계시는 걸로 합의하고 엄마를 오늘 보내드렸다
옛날 고려장, 불효자, 별에 별 생각이 다 떠오르고
내가 좀 여유가 된다면 가시더라도 잠시 모셨다가 가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죽을 때까지 남을 것 같고 후회가 될 것 같다 ㅠㅠㅠㅠ
갑자기 오늘 결정하고 요양원에 보낸 엄마를 생각하니 가슴이 터질 것같이 아프고 슬프다


아버지도 걱정되고 엄마도 걱정되고
애들도 걱정되고 시어머님도 걱정되고
집도 절도 없는 나도 걱정되고
사는 게 사는 건 지 어떤 건 지
모르겠다
그냥 하루살이 인생
거미줄에 걸려 사는 인생에 감사하고
숨 쉬며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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