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나의이야기

엄마의 작은 음악회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22. 8. 23.

 

통화 녹음 ♡조성란동생유경회♡_220823_152001.m4a
1.53MB
통화 녹음 ♡한순옥친정엄마노래(웃으며삽시다)_160726_204509--1.m4a
1.09MB

 



엄마의 작은 음악회


엄마의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하하 호호 깔깔대며
한 참을 수다 떨다 말을 멈춘다
그러더니
"흑산도 아가씨" 손뼉에 맞춰
하나 둘 셋넷
짝~짝~ 짝짝 짝짝
엄마의 행복한 단독 음악회 시작이다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 번 만 번 밀려오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그리다가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구성지고 간드러지게 1막이 끝났다
다음은 푼수 세 모녀의 만담이
이어진다
이렇게 수다 수다는 이어지고 

치매로 
정신이 없는 엄마는 노래 한 곡으로
기분이 업되어 잊었던 기억이 살아나
오랜만에 외삼촌 얘기도 하고
지난 추억의 얘기도 한다

요양원에 계신 엄마의 작은 음악회
이렇게 성황리에 끝나고
전화 통화는 계속 이어진다
"아버지는 어디 있는지
내가 보기 싫어 안 나타난다"며
서운해한다

노래를 부르더니 맑아진 정신
아버지 얘기에 서운함 감정을 표한다
보고 싶은 것 같다
살아감에 있어 부부만 한 게 있겠나
지지고 볶고 투덜투덜 쌓은 정
미운 정 고은정이 70년이다
그 세월의 깊은 감정은 두 분만이
말할 수 있겠노라 하겠다

노래를 사랑하는 울 엄마
인생 희로애락을 노래로 풀고
가슴으로 삼키며 삶을 엮으셨다
폰으로 여는 엄마의 작은 음악회는
잠시나마 엄마의 마음을 삭여준다


"한 때 군 단위 노래자랑을 쓸고
다니셨다
가는 곳마다 대상 티브이도 받아오시고
입상은 기본
젊은이들하고 겨루어도 뒤지지 않는
노래 실력은
"시대를 잘 못 타고난 죄 밖에 없다"라고 하겠습니다

'[나의 이야기] > 나의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이 온다  (0) 2022.09.07
"희생"이란 단어가 사라져요  (0) 2022.08.25
방 구하기 어렵다  (0) 2022.08.11
엄마가 꿈속에  (0) 2022.08.11
부여 맛집 (내뜨리네 쌈밥집)  (0) 2022.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