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嘉(가) 시어 -
○집들은 잠이 오는 듯 어리바리 졸고 있다.
슬픔으로 하여 나의 마음은
그리움의 잔을 남김없이 마신다.
○내일에도 우리가 살아 있다면
아, 하늘은 어떻게 밝아 올까
따뜻한 양 떼의 방울소리 얼마나 행복하게
우리들의 머리 위를 물결칠까.
○눈을 드리우고 느껴 보아라,
하얗게 서늘한 저 구름이
너의 푸른 꿈속을 지나는 것을.
○방랑도 젊음도 그리고 사랑도
알맞은 시기와 종말이 있다.
나의 여로는 어디서 끝날까.
○골짜기에서 이마에 구름이 낀 밤
이 엄숙하게 솟아올라
서서히 절벽과 목장과 묵은 눈의 빛을 지워 갑니다.
밝은 대낮은 혼자서 즐겨라
밤이 와 갑갑하고 불안한 너의 영혼이
나를 찾을 땐 언제나 너의 곁에 있으마.
○안갯속을 거닐면 참으로 이상하다.
살아 있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
모두가 다 혼자이다.
○스쳐간 구름이 은처럼 빛나기에
하얀 구름에 당신은 감미로운 향수를 느낍니다.
당신은 내 마음속에서 은은한 행복과 환락의 욕망을
기묘하게 융화시킨다고.
같은 애절한 향수에 괴로워한다고.
○그때 맑고 한 점의 티도 없었을 것을.
짧고 답답하게 와서 총총걸음으로 속절없이
청춘의 빛을 모두 걷어가 버렸다.
○낙엽에 덥힌 길과 또 벤치가 놓여있는
누런 공원에 불어오는 찬바람
참으로 서러운 재회였다.
너는 창백하게 서서히 사라지고
나는 높은 울타리에 기대어 있었다.
○꽃향기와 감미로운 새소리 속에서
되찾을 수 없이 은은히 울려 퍼진다.
여름은 지금, 붉게 타오르는 놀 속으로 가득 찬
그의 술잔에서 넘칠 듯 금빛 샘물을 부어 넣어
그의 마지막 밤을 말없이 드높인다.
○노래책을 가지고 비단 같은 네 무릎에 안긴다.
○보리수가 몹시도 신음한다.
달빛이 방으로 흘러든다.
달이 편지를 비춘다.
아로새긴 사연을 더듬어 가는
고요한 달빛을 보면 자꾸만 울음이 솓아나
잠도 달도 밤의 기도도 잊어버린다.
○성스런 첫사랑의 애인과 같은 말없이 아름답고
아주 순결한 그런 애인도 꿈에서 본다.
○말없이 눈물의 달고 서럽게 지친 앙금을 남김없이 맛보십시오.
한없이 아름답게만 여겨지던 화사한 청춘과 기쁨의 샘은
되찾을 수 없이 사라져 가고 슬픔과 노여움이 남았습니다.
잠자지 않는 나의 꿈을 스치다가 상처를 입은 그 끝없는 밤들.
○황량한 성벽이 옛날의 왕족을 서러워하는 그런 도시를 사랑한다.
언젠가는 별 같은 그녀들의 아름다움이
내 꿈의 아름다움과 같아지리라.
○고향이여, 너의 파란 맑은 해안을
아무래도 볼 수가 없단 말인가.
○갠 나날과 흐린 날 사이를 욕망과 단념 사이를
인생의 소란한 놀이도 즐거웠고
헛되지 않았다고 말할 때까지.
○여름 저녁
아, 너는 묵은 슬픔을 다시 일깨워 주는구나.
늦저녁의 구름이 곱게 떠간다.
들은 따뜻이 멀리 숨을 쉬고...
사라진 청춘의 나날이여
오늘도 아직 나에게 볼일이 있는가!
○연애하는 사람들을 보고도
천국에의 동경을 느끼지 못하고
흐뭇하게 여기고만 걸어간다면
영원을 청춘에게 약속한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시를
아, 조용히 포기하는 것이다.
○마지막 가냘픈 빛을 띠고
상긋한 네 향기가 방 안에 밴다.
나의 누이인 흰 장미여!
**
헤세 시는 아픔과 슬픔도 있지만,
사랑과 꿈과 구름과 달빛이 있고,
추억이 있어, 제가 자주 꺼내 보는 시집입니다.
제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들께 드리는 금년의 조그만 선물입니다.
2018.12.28.虛潭. 조성열 드림.
'[나의 이야기] > 虛潭(허담)조성열·글모음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자의 嘉言(가언) - (0) | 2022.05.23 |
---|---|
對酒(대주:백거이) - (0) | 2022.05.10 |
고문진보 嘉語(가어) (0) | 2022.05.10 |
골목집 소머리국밥 찬가 - (0) | 2022.05.10 |
니체극장의 가어2(嘉語) - □네 운명을 사랑하라. (0) | 2022.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