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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눈 오는 날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20. 2. 22.

눈 오는 날

 

 

최규학

 

눈이 녹으면 눈물이 된다

대지에 내리는 눈은 슬픈 영혼의 꽃이다

 

한 평생 일 만 하다 황천길 가신

어머니 어머니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꺽인 누나 누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접힌 오빠 오빠

커보지도 못 하고 피가 식은 동생 동생

눈물로 삶을 삼킨 숱한 영혼들

눈꽃이 되어 하늘 가득 내린다

 

슬픈 영혼의 꽃

퍼얼 펄 소매자락 펄럭거리며 스스로 씻김굿을 한다

슬픈 영혼의 꽃은

무엇이 그리 슬픈지

향기도 풍기지 않는다

슬픈 영혼의 꽃은

무엇이 그리 급한지

씨앗도 맺지 않고 시든다

 

그러나

지금 살아있는 사람 가슴 밭에

내리는 눈은

슬픈 영혼의 꽃이 아니다

기쁜 사랑의 꽃이다

사랑의 향기 가득하고

녹아도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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