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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렉카차 / 최규학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9. 5. 29.

렉카차

 

 

최규학

 

 

고속도로 갓길에 렉카차가 띄엄띄엄 서 있다

메뚜기를 노려보는 사마귀처럼

달리는 차들을 바라본다

 

사고가 나기를 기다리는 것인가

사고가 나지 않도록 경고하는 것인가

렉카차 안에는 렉카차 기사가 타고 있다

렉카차 기사는 사고가 나도 걱정이고

사고가 나지 않아도 걱정이다

 

사고가 나면 돈을 벌어서 좋지만 사람이 다칠까 걱정이고

사고가 나지 않으면 사람이 다치지 않아서 좋지만

돈을 못 벌어서 걱정이다

 

사고차를 끌고 가는 렉카차는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하고 뒷다리를 접고 기다리는

렉카차는 십자가처럼 성스럽다

 

사고를 당해본 사람은 안다

사고가 나면 렉카차가 구세주가 된다는 것을

그 많은 기다림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