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꽃
최규학
꽃이 피어있는 동안 꽃을
그리기로 하였습니다
꽃 바라기처럼
매일 꽃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자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은 해처럼
이글거리고
어느 날은 어린아이 얼굴처럼 웃고
어느 날은 가로등처럼
우울하게 서 있습니다
그러다가 그림을 시닥하기도 전에
꽃이 지고 말았습니다
꽃은 미안하다는 듯이
꽃 진 자리에
씨를 잔뜩 남겨주었습니다
까맣고 탱탱하게
잘 영글었습니다
그래서 꽃 대신
씨를 그리기로 하였습니다
어떻게 그릴까 고민하다가
동그라마 하나를
온통 깧게 칠 했습니다
2019.05.30 (부여신문: 시로 여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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