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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虛潭(허담)조성열·글모음

-어머니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9. 2. 12.

- 어머니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

 

우리 어머니는 웃음이 없는 분인 줄 알았습니다.

 

아주 어릴 적 고모 옷을 빠실 때도, 초등학교 때 소풍을 다녀 오던 날도, 함지박을 머리에 이시고 펄에

가시는 길에 뒤에서 주전자를 들고 쫄랑대며 따라가던 그날도 결코 웃지 않으셨습니다. 그때는 그만큼 삶이 힘들고 고달프셨겠지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요즘 시골집에 전화를 드리면 이장집 대모님과 함께 계시다며 계속 깔깔대며 웃으십니다. 대모님의 웃음 바이러스가 전이된 것처럼

 

어머니는 회와 고기를 드시지 못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동해나 군산으로 여행을 가서 횟집에 가서 보니 회를 무척 잘 드셨습니다. 어쩌다 시골집에 가면서 통닭이라도 사서 가면 저보다 훨씬 잘 드셨습니다.

 

어머니는 술을 한방울도 못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어머니께서 푸짐하게 음식을 만들어 내시는건 보았지만 어머니께서 직접 술을 드시는건 한번도 보지를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소주를 즐겨 드시고, 심지어 양주는 발렌타인 17년산이 쓰다고 하시면서 21년산 이상만 찿으십니다.

 

어머니는 항상 행복해 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어느날 어머니께 "우리집에

시집 잘오셨지요?"하고 여쭈었더니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2분정도 지나고 다시 여쭈었지만 여전히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저는 그때야 알았습니다.

어머님은 사시면서 행복한 시간이 참 짧으셨다는 것을~아님 없으셨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그래서 이제야 다짐해 봅니다

앞으로 우리 자식들이

어머니를 위해 웃음도 드리고, 좋은 술과 음식도 많이 사드리고, 좋은 곳도 많

이 모시고 다니겠다고~

 

그래야만 할아버지 3년.할머

니 12년.아버지 13년 병수발

하신 아프고, 슬프고, 고통스러운 그 많은 세월이 조금이나마 치유된다는 것을~

 

어머니~!

이세상 하나밖에 없는 그 이름~

 

우리 자식들 모두 세상에서 어머니를 제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87세 어머니 생신을 맞아 철부지 69살된 맏아들이 부족한 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