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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외삼촌/ 최규학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8. 2. 16.

외삼촌/

 

 

최규학

 

 

 

외삼촌은 우리 엄마를 유독 좋아하셨다

도랑 건너 옆집에 사는 가냘픈 누나가

일찍 홀로되어 아픈 몸으로 시어머니 모시고 오남매를 키우는 모습이 딱했나보다

우리 엄마가 아직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을 때

외삼촌은 엄마 얼굴을 어루만지고 부비면서

"누나 죽으니까 편하냐?"

하면서 소쩍새처럼 우는 것을 보고

나는 외삼촌이 우리 엄마를 아주 많이 좋아했음을 알았다

외삼촌은 우리 엄마 다음으로 술을 좋아하셨다

집안 식구들의 걱정과 잔소리를 무릎쓰고

이태백처럼 마셔댔다

가슴이 헛헛해서

술을 마신다고 했다

그러더니

쓰러지셔서 정신이 들락날락 하신다

나를 보자마자 이름을 부르며 퇴직하면 옆집으로 이사 오란다

집터도 주고 밭도 주고 먹고 살게 해줄테니

엄마랑 살던 곳으로 오란다

나는 외삼촌이야말로 진정한 핏줄임을 뼈져리게 느꼈다

올 설에는 외삼촌께 술 한잔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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