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철학(2)-특별한 꽃

꽃의 철학(2)-특별한 꽃

 칼럼위원 최규학

 

세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온통 꽃밭이라고 할 만큼 온갖 꽃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야생화라 불리는 이름 모를 꽃들이 세상 곳곳에서 신비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식물이 있는 한 언제 어디서든 꽃은 핀다. 꽃을 있는 그대로 보면 모든 꽃이 동등하게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그러나 인간과의 관계에서 생각해보면 일반적인 의미의 꽃과 특별한 의미의 꽃이 구별된다.  

 

김소월의 시 ‘산유화’에서 ‘저 만치 혼자서 피어있는 꽃’은 일반적인 꽃이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 하나의 몸짓에 불과한 꽃은 일반적인 꽃이지만 이름을 불러주어 나의 꽃, 너의 꽃  하나의 잊혀 지지 않는 의미가 된 꽃은 특별한 꽃이다.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에서 어린왕자의 장미는 특별한 꽃이다. 물을 주고 유리로 보호해주고 바람과 짐승이 다치게 할까 봐 걱정하는 꽃이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만난 5천 송이의 장미는 일반적인 의미의 꽃이지만 소혹성 612호에 두고 온 장미는 지구에서 바라만 봐도 행복한 특별한 의미의 꽃인 것이다. 나태주의 짧은 시 ‘풀꽃’에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런 풀꽃은 특별한 꽃이다. 가까이 보고, 자세히 보고, 자주 보면 특별한 꽃이 되기 쉽다. 가까이 보면 아름답고, 자세히 보면 사랑스럽고, 자주 보면 정들기 때문이다.

 

나는 서천교육청에 근무할 때 공주에서 서천 사이를 오가면서 중간정도에서 잠시 쉬었다 가곤 했다. 그 곳은 길가에 작은 규모의 꽃밭과 더불어 차를 댈 만한 공간이 있는 곳이었다. 나는 그 곳에 차를 대고 내려서 꽃에게 다가가 바라보고 향기를 맡으며 휴식을 취했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나는 그 곳에 있는 꽃 중 어느 한 꽃을 특별히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고 더 자주 접하게 되었다. 그러자 그 꽃은 내게 특별한 의미의 꽃으로 다가왔다. 힘들 때 그 꽃이 생각났고 그 꽃을 생각하면 즐겁고 힘이 났다. 나는 그 꽃이 특별한 의미의 꽃이 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시로 표현해 보았다.

 

 특별한 꽃 / 인간낙파 최규학

 

세상 여기 저기 많은 꽃 피고

이 사람 저 사람 즐거워하지

어느 날 길 따라 지나가다가

우연히 꽃 한 송이 바라보았네.

보다가 돌아와도 생각나기에

가끔씩 다시 가서 바라봤더니

예쁜 모습 고운 향기

내 마음에 들어와

언제나 함께하는 꽃이 되었지

가장 예쁘거나

가장 향기로운 건 아니지만

바라보면 편안하고

 

생각하면 즐거운

특별한 꽃이 되었네.

 

특별한 꽃은 대체로 처음부터 작정해서 만들어지는 경우보다는 우연하게 만나는 꽃 중에서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꽃은 가장 예쁘거나 가장 향기로운 꽃이라기보다는 마음에 슬며시 들어오는 꽃이기 때문이다. 슬며시 마음에 들어와 특별한 의미가 되는 꽃이다. 특별한 의미란 그립게 하고, 안전한지 늘 걱정하게 만들고, 존재만으로도 행복하게 하고, 생각하면 힘이 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마음에 들어오게 하는 방법은 가까이 보고, 자세히 보고, 자주 보는 것이다. 세상 살면서 일반적인의 의미의 꽃이 아무리 많더라도 특별한 의미의 꽃이 없다면 인생 자체가 외롭고 무의미 할 것이다. 이제 일반적인 꽃을 구경만 하지 말고 특별한 의미의 꽃을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