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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시의 매력(2)(시와 사람)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7. 4. 18.

시의 매력(2)

   칼럼위원   최규학

 

()를 가까이 하는 것보다 인간의 품위를 높이는 것은 드물다. 시를 가까이 하되 시를 단순히 아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낫고 좋아하는 것 보다는 즐기는 것이 더 낫다. 시를 즐기는 사람은 여유와 절제가 있고 긍정적이며 깊이가 있다. 시는 이성적 사고능력에 감성을 더하여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방랑시인 김삿갓은 시와 더불어 산 사람이다. 김삿갓은 24세에 집을 나와 57세에 죽을 때까지 33년간이나 전국을 떠돌아 다녔다. 이와 같이 불안정한 생활에서도 오랜 기간 동안 장수 할 수 있었던 것은 시 덕분이다.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품위 있는 떠돌이였다. 쉽게 말해 시로 빌어먹은 사람이다. 그는 기득권을 공격하는 시로 압박당하던 서민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고, 야한 시를 써서 서민들의 힘든 생활을 견디게 하였으며, 따뜻한 시로 서민들의 어려운 생활을 위로하였다. 그는 주로 절이나 서당 또는 부잣집에서 머물렀는데 간혹 가난한 집에 머물기도 하였다. 어느 날 가난한 집에 머물렀을 때 주인이 멀건 죽 한 그릇을 내왔다. 주인이 미안해하자 다음과 같은 인간적인 시를 써서 위로한다.

四脚松盤粥一器(사각송반죽일기) 네 다리 소나무 밥상 위에 죽 한 그릇

天光雲影共徘徊(천광운영공배회)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가 함께 떠도는구나.

主人莫道無顔色(주인막도무안색) 주인이여, 무안해 하지 마시오.

吾愛靑山倒水來(오애청산도수래) 나는 청산이 물속에 거꾸로 온 것을 사랑한다오.

당나라 시인 왕유는 시불(詩佛))이라 불릴 정도로 불심이 강했다. 젊었을 때 미남인데다 비파(琵琶)도 잘 타고 시도 잘 써서 권력자들의 모임에 초대가 잦았다. 어느 날 영왕의 모임에 초대되었는데 영왕은 양귀비로 유명한 당 현종의 친형인 이헌으로 현종 이상으로 여자를 탐해 어디서나 예쁜 여자가 있으면 갖은 수단을 다하여 첩으로 삼았다. 그 날 모임에서는 아주 특별한 이벤트가 준비되었다.

영왕이 1년 전에 예쁜 떡장수 부인을 데려다 첩으로 삼아 총애하고 있었는데, 모임 중간에 떡장수를 불러 서로 상봉하게 하고 그 마음을 시험해 보기로 한 것이다. 떡장수를 보더니 부인이 눈물을 글썽이며 몹시 안타까워했다. 영왕은 이를 보고 매우 실망하면서 이 상황을 왕유에게 시로 표현해 보도록 했다. 왕유는 미모 때문에 춘추전국 시대 약소국인 식나라 왕이었던 남편을 죽게 하고 강대국인 초문왕의 부인으로 끌려갔으나 자식 2명을 낳도록 초왕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으며 전남편의 사랑을 잊지 않았던 식부인과 연계하여 시를 지었다. 이 시를 듣자 영왕은 반성하고 떡장수 부인을 남편에게 돌려보냈다. 정말 창의성과 인성이 융합된 매력적인 시이다.

息夫人 (식부인)/ 王维 (왕유)

막이금시총(莫以今時寵) 지금 은총을 입는다고 해서

능망구일은(能忘舊日恩) 능히 옛 날의 은혜를 잊을 수 없으리.

간화만안루(看花滿眼淚) 꽃을 바라보아도 두 눈에 눈물이 가득하고

불공초왕언(共楚王言) 초왕의 말에는 공손히 대하지 않았다네.

필자는 고등학교 때 영어 교과서에 실렸던 영국 계관시인 윌리엄 워즈워드의 ‘무지개(내가슴은 뛰노라)’ 라는 매력적인 시를 가끔씩 외우며 산다. 선생이 되어서는 무지개를 학생으로 대치하여 보고, 결혼해서는 아내로 바꿔보니 교실의 학생을 대할 때나 침실의 아내를 대할 때 늘 가슴이 뛰었다.

 

My heart leaps up/W. Wordsworth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A rainbow in the sky/So was it when my life began/So is it now I am a man/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Or let me die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 !   

무지개/워즈워드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내 가슴은 뛰노라/어렸을 때도 그러했고/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고/앞으로도 그러하리/그렇지 않으면 죽는게 나으리/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내 생활이 자연을 경애하는 마음으로/하루하루 이어지기를...

학생/최규학

교실의 학생을 바라보면/ 내 가슴은 뛰노라/선생을 처음 시작했을 때도 그러했고/선생을 한참한 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러 하리/그렇지 않으면 선생을 그만두는 게 나으리/학생은 선생의 스승/내 교직 생활이 학생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이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