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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매화(梅花)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7. 4. 18.

매화(梅花)

 칼럼위원 최규학

 

매화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교목으로 중국이 원산지인데 중국, 한국, 일본에 널리 분포한다. 꽃은 매화(梅花)라고 하며 이른 봄에 잎이 나오기 전 꽃대 없이 가지 위에 직접 핀다. 꽃잎은 다섯 장으로 되어 있으며 꽃이 희면 백매화 붉으면 홍매화라 한다. 눈 속에서 피는 경우는 설중매(雪中梅)가 된다. 꽃의 모습은 배꽃이나 벚꽃을 닮았는데 배꽃처럼 청승스럽지 않고 벚꽃처럼 소란스럽지 않아 더욱 품위가 있어 보인다.

 

이혜인 수녀님은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에서 매화를 우리나라 2월을 대표하는 꽃이라 했는데 3월에 절정을 이루며 매화 축제도 대체로 3월 중순경에 개최된다. 대표적인 매화 축제인 광양매화 축제는 올해에는 구제역 때문에 취소되었다. 조선 초 선비인 강희안은 손수 화초를 재배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원예서라 할 수 있는 「양화소록」을 저술하였는데 화목9등품론에서 매화를 1품으로 평가하였다.

 

매화는 겨울의 추위를 이기고 이른 봄에 가장 먼저 피어 청아한 향기를 발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절개와 지조를 가진 군자의 상징으로 귀히 여겨왔다. 매화의 이런 모습을 의미 있게 읊은 것이 시경의  寒苦淸香 艱難顯氣 (한고청향 간난현기, 매화는 추운 겨울의 고통을 겪어야 맑은 향기를 내고 사람은 어려움을 겪어야 기개가 나타난다.)인데 풀어쓰면 梅經寒苦發淸香 (매경한고발청향) 人逢艱難顯氣節(인봉간난현기절)이다.

 

또한 매화는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추운 겨울을 함께 견디는 세한삼우(歲寒三友)라 칭했으며, 수묵화의 4가지 그림 소재를 4군자라 하는데 매(), (), (), ()이라 하여 매화를 으뜸으로 여겼다. 매화는 고려청자나 조선백자, 조선후기의 민화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으며 일부종사의 미덕으로 여인의 비녀에 그려 넣은 것이 매화잠(梅花簪)이다.

 

매화 열매는 매실인데 그 뛰어난 약효가 신농본초경이나 동의보감에 소개되어 있다. 동의보감에는 ‘매실은 매화열매로 성질은 평이하고 맛이 시고 독이 없으며, 갈증과 가슴의 열기를 없앤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외에도 살균, 정장작용, 해독작용, 전염병, 식중독 예방, 식욕증진, 노화방지, 정서안정, 구토, 설사, 변비, 해열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매실을 훈증한 오매는 면역증강, 항균, 자궁경부암억제 효과 까지 있다고 하니 대단하다. 요즘은 웰빙식품으로 매실장아찌, 매실엑기스, 매실주, 매실차 등 다양한 매실 식품이 각광받고 있고 후식으로 매실차를 제공하는 식당이 많다.

 

매화에 얽힌 이야기로는 퇴계 이황의 매화 사랑이 널리 알려져 있다. 퇴계는 매화를 좋아해서 매화시 110여수를 지었으며 매화시를 모은 매화시첩을 남겼다. 퇴계는 48세 때 단양군수로 부임하여 풍기군수로 전근하기 전까지 9개월간 18세의 관기 두향이와 사랑을 나눈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두향이가 준 매화분을 소중히 여겨 매형(梅兄)이라 불렀으며 죽는 날에도 매화분에 물을 주라고 할 정도였다. 두향이는 이별 후 관기를 그만두고 남한강가에 홀로 살다가 70세에 퇴계가 사망하자 4일 밤낮을 걸어 안동에 가서 조문한 뒤 남한강 장회나루에서 투신하였다고 한다.

 

조선시대 매화라고 하는 평양기생이 평양감사와 가까웠는데 춘설이라는 기생을 감사가 좋아하자 지었다는 시조도 유명하다.  “매화 넷 등걸에 춘절(春節)이 도라오니/녜 픠던 가지에 픠엄즉도 하다마는/춘설(春雪)이 난분분(紛紛)하니 필동 말동하여라."  이 사랑싸움에서 누가 이겼을까? 아무래도 춘설은 매화를 못 당했으리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춘설이 내리더라도 매화는 설중매로 피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桐千年老恒藏曲 梅一生寒賣香(동천년로항장곡 매일생한불매향)이라고 했다. ‘오동나무는 천년의 세월을 늙어가도 항상 거문고의 소리를 간직하고 매화는 한평생을 춥게 살아가더라도 결코 그 향기를 팔아 안락함을 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정말 대단한 기개와 자존심의 표현이다. 요즘같이 오염된 세상에서 매화 향기가 나는 사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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