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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시의 매력(3)(시와 부부사이)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7. 4. 18.

시의 매력(3)

   칼럼위원   최규학

 

()를 써서 활용 하는 것보다 부부사이의 금슬을 좋게 만드는 것은 드물다. 부부사이의 육체적인 매력은 결혼 연차에 반비례한다고 볼 수 있으나 정신적 매력과 사랑은 이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매력적인 사람과 결혼하는 것보다 결혼한 후 계속하여 사랑을 이어가는 것이 더 어렵다. 계속하여 사랑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계속하여 매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부사이의 매력적인 관계는 한편의 시를 쓰는 것과 같아서 절제와 끊임없는 단련이 필요하다.  

필자가 아내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다음과 같은 시를 써서 보냈다. 아름답고 행실도 바르므로 그냥 두어도 잘 살 수 있겠지만 결혼하여 지켜주고 싶다는 뜻이다. 부부관계에 대한 철학으로는 꽃과 나비의 관계보다 꽃과 정원사의 관계가 되고 싶다는 것을 표현했다. 옥잠화- 그대 이름은 옥잠화/내 마음속에 핀 꽃/ 머리 모양을 바꾸거나 /새 옷을 갈아입으면/아름다움이 더욱 눈부신 여인/그대 모습 고상하고/그대 향기 청아하여/벌레들도 물러가고/비바람도 비켜가지만/나는 영원히 /그대 곁에서 그대를 지키는/정원사가 되고 싶다

결혼하여 어느 기간 까지는 아내 생일 때 꽃을 사서 선물했다. 그러다가 생일 날 사랑의 꽃을 주어야 하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목 잘린 장미로 만든 꽃다발이 언 뜻 보면 아름답지만 장미꽃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을 한 권 사서 책 속표지에다가 꽃을 그렸다. 나비도 그리고 줄기도 그리고 잎도 그리고 뿌리도 그렸다. 꽃 옆에 시를 썼다. 향기가 있으니 나비가 있고 나비가 있으니 외롭지 않고 뿌리가 있으니 시들지 않는다는 뜻을 표현했다.  생일 꽃-“향기 있는 꽃/외롭지 않은 꽃/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 그랬더니 아내가 한마디 덧 붙여 써 놓았다. “그대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꽃“

결혼 한지 20년도 넘은 어느 날 아내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왔다. ‘자기 나 사랑해?’였다. 그 때 핸드폰이 처음 나왔을 때인데, 부인들끼리 모여 남편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보내고 오는 답을 가지고 즐기는 놀이가 유행했다. 필자는 평소 생각하기를 내가 나비라면 아마 한 꽃에만 앉는 나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주변에 예쁜 여인들이 많이 있지만 아내만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 생각하던 대로 시를 써서 보냈다. 한꽃에만 앉는 나비-나는 한꽃에만 앉는 나비/이 꽃 저 꽃 다 제쳐두고/당신 꽃에만 앉는다. 나중에 들으니 필자의 답장이 가장 멋있어서 다른 부인들이 몹시 부러워했다고 한다.  

한 번은 아내가 임플란트를 하기 위해서 대학병원에서 인공뼈를 심는 큰 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필자는 가기 어려운 상황이라 아내 혼자 가고 아내의 오빠가 병원에 오기로 되었었다. 나는 전 날 시를 써서 당일 출발 전에 아내 손에 쥐어 주며 병원에 가서 읽어 보라고 했다. 아내는 함께 가주지 않아서 섭섭했지만 수술 전에 시를 읽고 마음에 행복을 느꼈다고 한다. 혼자 보내며-어려운/수술 길을/혼자 보내니/울 애기/혼자 둔 듯/마음 짠하여/마음은/그대 곁에/함께 가오니/나 온 듯/힘을 내어/잘하고 오소

 

통근하던 시절에 꽃밭에 차를 대고 쉬면서 꽃을 바라보곤 하였는데, 어떤 꽃을 자주 보니 특별한 꽃이 되는 것을 보고, 내게 특별한 꽃이 된 아내를 생각하며 시를 써서 아내에게 선물했다. 특별한 꽃-세상 여기 저기 예쁜 꽃 피고/이 사람 저 사람 즐거워하지/어느 날 길 따라 지나가다가/우연히 꽃 한 송이 바라보았네/보다가 돌아와도 생각나기에/가끔씩 다시 가서 바라봤더니/예쁜 모습 고운 향기/내 마음에 들어와/언제나 함께하는 꽃이 되었지/가장 예쁘거나/가장 향기로운 건 아니지만/바라보면 편안하고/생각하면 즐거운/특별한 꽃이 되었네.

어느 해 세모를 맞아 나는 과연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가? 에 대해 생각해보고 시를 써서 아내 에게 주었더니 아내가 몹시 행복해했다. 어느 부부이든 이렇게 서로 사랑하고 있지만 생각해보거나 표현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부부간의 사랑을 생각해보고 시인이 아니더라도 그대로 표현해본다면 틀림없이 사랑이 더욱 깊어지고 더 행복해질 것이다. 나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가?-하루도/빠짐없이/살을 맞대고/머나먼/여행길에/동반자 되는/어여쁜/나의님을/나 얼마나 사랑하는가?/한없이/슬픈 일도/견뎌낼 만큼/아무리/기쁜 일도/자제할 만큼/언제나/길 떠나면/따라갈 만큼/나 당신을 사랑 한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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