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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시의 매력(1)(시와 시인)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7. 4. 18.

시의 매력(1)

   칼럼위원   최규학

 

()의 사전적 의미는 ‘정서나 사상 따위를 운율을 지닌 함축적 언어로 표현한 문학의 한 갈래’이다.’ 문학적으로는 ‘인간의 사상과 정서를 운율적인 언어로 압축하여 표현한 언어 예술이다.’라고 정의한다. 서경(書經)에서는 ‘시는 뜻을 말로 나타낸 것(詩言志)’이라 했고, 영국의 시인 워즈워드(Wordsworth)는 ‘시는 감정을 자유롭게 분출하는 것’이라 했다. 이를 종합하여 본다면 ‘시는 인간의 정신생활이나 자연, 사회의 여러 현상에서 느낀 감동 및 생각을 운율을 지닌 간결한 언어로 나타내는 문학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공자는 주()나라 초기(BC 11세기)부터 춘추시대 중기(BC 6세기)까지의 시가(詩歌) 305편을 모아 시경(詩經)을 편찬했는데, 과거에는 이를 시를 포함한 문학 표현의 정형으로 보았다. 시경의 시는 다양한 제재로 구성되는데, 공통적으로 ‘즐겁되 음탕하지 않고 슬프되 상심하지 않은(, 哀而)’ 것을 특징으로 한다. 공자는 시를 말의 틀로 여겨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다.’ 고까지 하였다.

필자는 고등학교 시절에 문예부장을 할 정도로 시 쓰기를 좋아해 항상 시작 노트를 가지고 다녔고 수업시간에 시를  발표하고 학교 행사 때 자작시를 지어 낭독하기도 하여 국어 선생님께서 시인으로 등단할 것을 권유하셨다. 그러나 필자는 국어시간에 배우는 시는 멋있지만 대부분의 시인들의 삶이 매우 불건전하고 단명하거나 자살하는 것으로 나타나서 시인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각오를 하게 되었고 노력한 결과 시인이 안 되는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명시로 세계인의 심금을 울린 영국의 3대 낭만파 시인에 대해 배웠는데, 셸리, 키츠, 바이런이다. 귀족으로 이튼스쿨과 옥스퍼드 대 등 명문학교를 다닌 셸리는 유부남으로 16세의 소녀와 바람을 피웠고 30세 때 여행길에 익사한다. 키츠는 외과를 전공하는 의대생이자 시인 이었는데 25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다. 절름발이 미남시인 바이런은 수많은 유부녀들과 염문을 뿌렸고 ‘차일드 해럴드의 여행’ ‘돈 주앙’ 등 명시로 인기를 누렸으나 결국 36세의 젊은 나이로 타계한다.

프랑스의 비평가이자 천재 시인인 보들레르는 시의 예술적 표현 측면을 중시하여 동성애, 불륜, 우울, 억압 등 주로 바람직하지 못한 가치를 다룬 시집 「악의 꽃」을 발표하여 유명한데, 경제적으로 무절제하여 금치산자 선고를 받았고 삶이 방탕하여 매춘부와 관계하다 결국 성병으로 36세에 사망한다.

중국 당나라 때의 대표시인 두보와 이백은 시성과 시선으로 불릴 정도로 불세출의 시인인데, 이백은 술에 취해 달을 잡으려다 채석강에서 빠져 죽었으며, 두보는 술에 취해 상한 쇠고기를 먹고 독이 빨리 퍼져 죽었다는 말을 듣고 그들의 삶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조선의 여류 시인 허난설헌의 시는 매력적이나 본인의 삶은 기구하여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시집살이에 시달리다 자식 2명을 앞서 보내고 임신 중에 27세로 요절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우리나라의 대표시인 김소월의 시 ‘ 진달래 꽃’, ‘산유화’ 는 감동을 주지만, 김소월은 32세 때 갑자기 자살했다. 김소월의 시는 좋지만 김소월의 삶은 본받고 싶지 않았다.

 

특히 김소월의 시는 우리 민족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 것 같다. 슬프되 상심하지 않고 오히려 짜릿한 즐거움을 준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공감이 되고 반복해도 지루하지 않으며 쉬우면서도 깊이가 있다. 그래서인지 올해 시 전문 계간지 ‘시인 세계’ 창간 10주년 기념 가을특집호에 평론가들이 뽑은 한국 대표시집 1위에 김소월의 「진달래 꽃」이 뽑혔다.  2위에 서정주의 「화사집」, 3위 백석의 「사슴」, 4위 한용운의 「님의 침묵」, 그 뒤로 윤동주, 정지용, 이상, 김수영, 임화, 이육사 순이다.  

이와 같이 시인들의 삶을 따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시와 함께 하는 것은 아주 매력적이라 생각 한다. 시가 언어의 꽃이라면 진흙탕에서 피어나는 연꽃이나 모래 먼지바람을 견디고 피는 해당화 같은 꽃이라 생각된다. 필자는 평생 1주에 시 한 편 외우는 것을 취미로 하고 있는데, 다음 주에는 어떤 시를 만날까 항상 설레게 된다. 시를 좋아하는 교장으로 학교에서도 ‘시가 있는 직원회의’를 추진하여 먼저 시를 한 편 읽고 회의를 진행하였더니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였으나 갈수록 감성지수가 높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강의할 때나 사람들과 이야기 할 때, 학생들에게 훈화할 때도 시를 외우고, 아내에게 가끔씩 시를 써주는 삶을 사니 사랑도 깊어지고 더욱 매력적인 삶이 되는 것 같다. 건배사도 시로 하고 직원들과 나들이 할 때도 즉흥시를 지어 들려준다. 구절초(최규학)-영평사 비탈위에 피인 하얀 꽃/ 향기도 그윽 하사 구절초라네/ 꽃 따는 아낙네들 품에 안겨서/ 고운님 찻잔위에 띄어지고파/ 하얀 옷 곱게 입고 기다린다오.(영평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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