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회 고향방문 3부
"오늘이 좋다."
호랑이 장가가는 날인지 내려오는 내내 비가 오락가락
날씨도 우리 고향 가는 걸 샘하는 건가?
굵은 빗줄기가 버스 앞 유리창을 세게 때립니다
그래도 우린 고향에 간다
빗속을 뚫고서.
고속도로가 막힐 줄 알았는데 뜻밖에 막히지 않아 생각보다 빨리 고향 역말에 도착입니다.
차 안에선 모두가 창밖을 내다보며 웅성웅성 하나 둘 밖으로 내려가고
일찍부터 마을회관에서 기다리시던 어르신들
반갑게 맞아주시며 서로의 안부와 인사를 나눕니다.
그중에는 정말 오랜만에 고향 땅을 밟으시는 분도 계시고,
친구를 50여 년 만에 만나는 분도 계셨습니다.
어릴 적 코흘리개 불랄 친구로 함께 동고동락했던 친구들 그리운 내 고향 땅,
같은 마을에서 태어나 여자는 출가하고, 남자는 직업상 타지에서 각자의 일상에 쪼들리다 보니,
한자리에서 여유 있게 이야기할 기회가 없는 것을 감지하고,
유경회에서 지인들의 도움으로 뜻깊은 자리를 마련 오늘같이 좋은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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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같이 좋은 날이 나에게 또 있으랴
내 평생 소원하던 그날
꿈에 그리던 날이 나하고 마주하다니
꿈인지 생시인지 눈을 떴다가 감았다
옆 사람에게 말을 건네본다
꿈이 이뤄진다 했던가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평생 못 보고 죽을 줄 알았던
"내 고향 역말"
아!
어릴 적 꿈이 함께했던 그곳
내 꿈과 추억이 고스란히 숨어 있던 곳
찾을 수 있을까?
다시 찾을 수만 있다면
지금 쓰러져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라.
그때 그 시절
나의 첫사랑 그녀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그녀도 내가 좋아했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
상냥하고 예뻤던 샘 안집 여인
빨래터에 나온 여인을 훔쳐보던 그 시절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죽기 전에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오늘이 좋다."
나는 오늘 이 순간이 정말 좋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주면 안 되는 걸까?
오늘은 해가 지지 않았으면 더없이 좋겠다.//
=20120826=
지금까지 건강하게 만난다는 자체가 나를 용기 나게 한다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한 유경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