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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나의이야기

고향 방문 버스 안에서 [2부]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2. 8. 15.

고향 방문 버스 안에서 

 

[2부]

 

2012년 8월 12일 일요일 아침

고향에 간다는 마음에 어린애처럼 밤새 잠을 설치고 아침 일찍 사당역으로 출발입니다.

이래저래 걱정 반 근심 반, 반신반의하며 일찍 사당역으로 나갔습니다.

걱정했던 무더위는 입추를 지나며 꼬리를 살짝 내렸고, 제법 서늘함을 보여주는 상쾌한 날씨입니다.

 

그런데 오늘 비가 많이 내린다는 일기예보, 은근히 또 걱정입니다

비가 많이 내리면 이렇게 좋은 날 행사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모두 여한 없이 즐겁게 회포를 풀다 오셔야 할 텐데.

혹시 행여 옛날의 나쁜 감정이라도 있어 마음이 상하면 어쩌나?

불상사는 없어야 하는데.

하여간 두루두루 걱정됐다. (쓸데없는 걱정일까? 괜히 나 혼자 지나치게 걱정하는 걸까? 암튼 그냥 염려됐었다.) 

택시 타고 고모랑 사당역에 도착

경진관광 버스가 1번 출구 앞에 기다리고 있고, 조남욱 고문님과 조성건 회장이 반갑게 손짓을 하며 기다리고 있다.

나온다고 약속한 사람은 다 나오셨을까?

 

걱정과 궁금한 맘으로 버스안을 들어갔습니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일찍 나오셔서 자리를 지키고 계신다.

고향 가는 길이 급했나 봅니다.

 

내가 걱정했던 연세 많으신 어른의 참석에 안도의 한 숨을 쉬고,

물론 많은 향우님이 참석해서 함께하면 그거야 더 이상 바랄게 없었겠지만, 이 정도 만으로도 참 다행이고 고마웠습니다.

(조남욱, 이연준, 조황연, 이금자, 정인내, 조성환 내외, 조관연, 조사연, 조성재, 이옥순, 김명숙, 김승호, 조성진, 조남예,

김옥진, 이종철, 조성연, 조성자, 조애연, 조성건 조성란.이소저 오세철)

고향에 미리 개인적으로 출발한 향우도 있고, 이상 24명 싫은 고향 버스는

미리 준비한 기념수건과 음식 음료를 싫고 탈서울을 했습니다.

 

고향을 향하는 버스 안엔 화기애애 정감있는 풍경

오랜만에 만나는 고향 분들 둘둘 오오.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전합니다.

덤덤하게 앉아 계시던 70이 넘어 80을 바라보는 고모가 사진을 한 장 갖고 오셨다.

지금부터 60년쯤 된 옛날 사진, 곱디고운 앳된 모습의 처녀들 사진이었습니다.

우리나라 톱스타 배우 김지미, 문희, 윤정희는 저리 가라고 할 만큼 예쁘고 미인들 사진입니다.

 

 

나이 드신 어르신께 사진을 보여주자 한 남자분이 하시는 말씀

이 사진 속에 여인 한 명을 젊은 시절 한때 좋아했던 처자들이라고 고백을 하신다.

그리고 좋아했던 감정을 살리시며 입가에 환한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마냥 즐거워 연신 자랑이시다.

그러자 다른 남자 어르신

"너도 그랬니? 나도 그랬다."며 한 때 그 앨 좋아했는데 고백을 못하고 마음속으로 끙끙 알았다고 하신다.

 

그 옛날 여자와 남자가 함께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고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결혼하던 때라고 합니다.

(두메산골 처녀 총각의 마음 알이 사랑) 

그녀를 만난다는 기쁨에

한 달 전부터 마음이 설레어 밤잠을 못 자고 그리다가 보고 싶어 오늘 나오셨다고 합니다. 

 

"어떻게 변했을까?

지금도 그 모습일까?

"예쁜 모습 밖엔 상상이 안 된다."고 하신다.

50년 넘게 마음에 품어둔 사랑

누구한테 말하지 못하고 마음속 깊이 묻어 두었던 애틋함

눈가에 이런저런 추억과 그리움에 이슬이 촉촉이 맺힌다.

그녀가 나를 보고 실망하면 어떡하지

그녀는 내가 좋아했다는 걸 알았을까?

몰랐을까? 

가슴이 두근두근 설렌다고 하시며

풀어졌던 남방의 단추 하나를 채우고 멋쩍어하신다.

나는 변해도 그녀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욕심이 가득하신 것 같다.

 

사진을 가지고 나오셨던 고모

지금도 쑥스러워 얼굴을 마주치지 못하고 앞뒤로 앉아 모르는 체 대답만 하는 모습이

예전 처녀 때 그대로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창 밖에 비가 내리는 것도 모르고 관광버스는 신 나게 고향을 향해 달렸습니다.

어느덧 부여 톨게이트

마음은 콩닥콩닥 앞으로 10분이면 유촌(역말)에 도착입니다.

 

 

 다음에 3부를...

 

 

  =2012년 8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