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06.19
- ▲ 강인선 정치부 차장대우
어느 날 밤 인터뷰를 하고 돌아오면서 그간의 인터뷰 내용을 되새겨보다가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이 세상 사는 지혜를 가르쳐 주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특정 이슈가 아니라 삶과 체험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만의 비법에 해당하는 '자기관리법'을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세한 대화 내용이야 기사를 쓰고 나면 대부분 잊어버린다. 한 분야에 깊이 들어간 사람들이라 그들이 쏟아내는 온갖 복잡한 이야기를 다 기억하려면 머리가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오래도록 남는 것은 그 사람을 지금의 그 사람으로 만든 독특한 기질이나 습관 같은 것이다. 특히 열정과 끈기가 재능의 다른 이름이라는 건 인터뷰 내내 반복해서 확인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었다. 작가 신경숙씨는 카메라 앞에서 몹시 수줍어했는데도 작가로서의 힘은 강하게 느껴졌다. 자신이 공들여 쓴 작품에 대해 납득이 가지 않는 가혹한 비평이 나왔을 때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럴 땐 한 편 더 썼다"고 했다. 오래 속상해하거나 맞서 싸우기보단 한 걸음 더 나아가 자기성장의 기회로 만들었던 것이다.
예술가들은 그런 점에서 비슷했다. 설치 미술가 이불씨도 그랬다. 작품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땐 거리를 두고 머리를 식혔다가 나중에 다시 생각하기는커녕 집착하듯 더 달라붙어 마음에 드는 무엇인가를 찾아내고야 만다고 했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의 한국 대표작가인 양혜규씨도 "스스로를 몰아붙이다 보면 자기조절이 안 될 정도로 파고들게 된다"고 했다.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씨는 다른 사람들이 같이 탄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떨 땐 밥을 먹으면서까지 노래를 흥얼거리는 연습벌레다. 그러나 그건 놀랄 일도 아니라고 했다. 그가 만나본 대가들은 다들 지독하게 단순하게 살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만 집중하더라는 것이다.
성공의 비결은 뜻밖의 처세방식에서도 나온다. 탁구선수 출신으로 태릉선수촌장을 지낸 이에리사씨는 마음이 약해서 원칙주의자가 됐다고 했다. 마음이 약하니 상황이 변하거나 누군가 강하게 주장하면 그때그때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 그걸 막기 위해서 원칙을 세워 고수한다는 것이다. 들을 땐 웃었는데 돌아서 생각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산악인 박영석씨는 히말라야의 8000m급 봉우리를 하나하나 도전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것은 자기자신이라고 했다. 마음이 약해져 타협하고 포기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는 것이다. 그는 "실패를 할 땐 확실하게 실패하라"고 했다. 모든 노력을 다 해보고 남김없이 실패해야 나중에 그 실패가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강하게 마음을 울렸던 공통적인 얘기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왔다"는 것이었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 힘들어도 견딜 수 있었고, 다른 길로 갔다가도 되돌아오게 되더라고 했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는 "남들이 좋다고 하는 인생 말고, 진짜 자기가 살아보고 싶은 인생을 살라"고 했다. 카이스트의 안철수 교수는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의사·기업인·교수로 변신했던 것이지, 어떤 계획을 세워놓고 추구해 달성한 일이 아니다"고 했다.
그들은 말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성공했고, 사실은 그래서 행복하다고. 성공해서 행복한 줄 알았더니 좋아하는 일을 행복하게 할 수 있어서 성공했다는 것이다. 결국 '행복하지 않은 성공은 무의미하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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