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암 3대 미스터리] [1] 짜게 먹는 '짠돌이' 위암 위험
위암, 한국서 왜 위력 떨치나
한국남성 소금 하루 섭취량 WHO 권장량의 2~3배…
'헬리코박터균+흡연+짠음식'
3대요인 갖춰 발생률 높은듯
세계 여러 나라의 암 발생 현황을 취합하여 발표하는 국제 암등록협회(IARC)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위암 발생률은 부동의 세계 1위이다. 1980~90년대 일본과 위암 '다빈도 국가' 1~2위를 다투어오다 2002년부터는 일본을 따돌리고 한국이 단연 선두가 됐다. 달갑지 않은 1등이 된 것이다.
위암은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위세를 떨치고 있는 걸까? 1950년대까지만 해도 아시아는 물론 미국·독일 등 서구 나라까지 공통적으로 암 중 위암의 발생이 가장 많았다. 1940년대 미국의 위암 발생 빈도는 지금의 우리나라 위암 빈도보다 높았다.
하지만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은 1960년대부터 위암이 확 줄면서 현재는 암 발생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를 국제의학계에서는 냉장고에 의한 '계획되지 않은 승리'(unplanned triumph)라고 부른다. 냉장고 등장 이후 신선한 음식을 먹게 되면서 위암이 급속히 줄었다는 것이다.
◆유전자 탓?
우리와 비슷한 음식 문화와 인종적 유전자를 가진 일본도 최근 위암 발생이 떨어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냉장고는 1970년대부터 한 가구에 최소 한 대는 보급됐는데도 위암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한국인의 유전자가 위암에 취약한 것은 아닐까. 서울대병원 외과 양한광 교수는 "위암 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해보면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변형은 보이지 않는다"며 "유전적 요인에 의한 위암 발생은 5~10%로 다른 나라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유전자 탓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위암 발생 요인으로 꼽히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률이 높은 탓일까. 우리나라 성인의 감염률은 47~60% 수준으로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감염률이 우리와 비슷한 인도네시아의 경우 위암 발생은 우리의 1000분의 1 수준이다. 태국·베트남·나이지리아 등도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높지만 위암 발생은 매우 낮다. 이를 두고 국제학계에서는 '아시아·아프리카의 위암 수수께끼'라고 부른다.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높은 아시아·아프리카에서도 나라에 따라 위암 발생률이 들쑥날쑥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것이다.
불에 까맣게 탄 고기나 음식은 위암 발생 위험 요인이다. '즉석 바비큐' 음식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탄 고기를 자주 먹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인도 우리 못지않게 바비큐 음식을 즐긴다는 점에서 그것으로 우리의 '위암 왕국'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소금이 주범?
실마리를 풀 단서가 있다면, 한국인의 소금 섭취량이다. 냉장고 보급 이후 음식을 소금에 절여 먹는 문화는 많이 줄었으나, 여전히 우리는 소금이 잔뜩 들어간 국과 찌개·젓갈·장아찌 등을 많이 먹는다.
2006년에 발표된 국민영양조사에 따르면, 30~49세 한국 남성들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17.1g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소금 권장량 6~8g보다 2~3배 많다. 일본은 11.4g, 영국은 11.0g, 미국은 8.6g을 먹는다. 자신은 싱겁게 먹는다고 주장하는 한국 사람도 실제 소금 섭취량을 조사해보면 높게 나온다. 국물 음식의 절대 염분량은 매우 높지만 워낙 수분량이 많아 먹을 때 짠맛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금 성분은 위(胃)에 오래 머물면서 위 점막을 부식시켜 위염을 일으키고 이것이 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높인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염분 섭취량은 계속 늘고 있다.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 하루 섭취량이 1998년 4542㎎이던 것이 2005년에는 5289㎎으로 늘었다. 특히 한국인은 위암 발생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질산염이 많은 젓갈 등 소금에 절인 염장 음식을 많이 먹는다.
유근영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전 국립암센터 원장)는 "헬리코박터 감염 상태에서 짠 음식을 많이 먹고, 흡연율도 높은 것이 위암 발생 위험 요인을 서로 상승시켜 한국인에게 위암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교수는 "서구식 식사를 접한 젊은 사람들에게서는 위암 발생이 조금씩 줄어드는 기미가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위암이 줄기 시작한 것도 1990년대부터 싱겁게 먹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인 덕이라고 암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위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1980년대 중반 남자의 경우 10만명당 60명대 수준이던 위암 사망이 2000년대 중반에는 20명대로 내려갔다. 암 검진이 늘면서 조기 위암 발견이 늘어난 덕이다.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방영주 교수는 "위암 발생률이 높은 한국인은 1년에 한번 내시경 검사를 해 위암을 조기 발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암이 초기(1기)에 발견되면 완치율은 92%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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