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떠러지와 모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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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핸들을 어떻게 멋지게 꺾었겠어/
너하고 어떻게 담벼락에서 키스할 수 있었겠어/
예비군 훈련 가서 어떻게 맘대로 오줌을 내갈겼겠어/
먼 훗날,내가 너를 배반해 볼 꿈을 꾸기나 하겠어/
모퉁이가 없다면 말이야.' <안도현 작 '모퉁이'에서>
장자연에 이어 우승연이란 젊은 연예인이 또다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은 채 최근 오디션에 계속 떨어져 몹시 힘들어 했었다고만 전해진다.
인터넷 얼짱 출신이니 자신도 있고 꿈도 많고 포부도 컸을 텐데 세상은 만만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스물넷 꽃같은 나이에 그런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땐 머릿속이 하얗게 바랠 만큼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 것이다.
남들은 쉽게 되는 일이 나는 왜 안될까. 잘할 수 있는데 왜 기회가 안주어지는 건가. 줄이 없어서인가. 재능이 없는 건가.
최선을 다했는데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니 도리 없다 싶었을지도 모른다. 연예인뿐이랴.봄철과 불황기엔 어디서든 자살률이 높아진다지만 올봄엔 유독 안타까운 소식이 많다. 안그래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마당이다. 지난 한 해에만 1만2174명이 자살했다니 하루 33명 꼴이다.
이유는 염세 · 비관이 가장 많고 다음은 병고(病苦) · 치정 · 실연 · 가정불화 · 빈곤 · 낙망 · 사업실패 등의 순이다.
두엄밭에 뒹굴어도 저승보다 좋다는 이승을 떠나자고 결심했을 때는 다들 낭떠러지에 섰다, 나아갈 곳도 돌아설 길도 없으니 떨어지는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산에 올라가본 사람은 안다. 비가 와서 시야가 흐리거나 눈이 쌓인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안개만 끼어도 바위 옆으로 나 있는 길이 안보이는 수가 흔하다는 걸.길이 보이지 않으니 얼핏 천길 낭떠러지만 같다. 그러나 알고 보면 방향이 바뀌는 모퉁이일 뿐이다. 구부러진 골목길도 같다.
막힌 듯하지만 다가가 보면 그저 길이 꺾어지는 모퉁이인 수가 많다. 세상사도 마찬가지다. 낭떠러지나 막다른 길인 줄 알았던 게 실은 모퉁이인 수가 허다하다. 희망이 없다,살아봤자 주위에 짐만 될 뿐이다,빠져나갈 길이 없다 싶어 눈앞이 캄캄한 경우 주저앉는 대신 힘차게 뛰어볼 일이다. 누가 아는가. 낭떠러지인 줄 알았던 모퉁이 뒤로 실은 더 크고 넓은 길이 뻗어 있는지.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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