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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대통(행운)]/남는얘기

여성 치마 날리는 주범… 고층빌딩의 굴뚝효과를 막아라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09. 5. 28.

여성 치마 날리는 주범… 고층빌딩의 굴뚝효과를 막아라

 

엘리베이터 천장에눈에 안 띄는 구멍 뚫고 엘리베이터 통로 꼭대기에 배기용 댐퍼 만들어 해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어 치마가 휘날린 경험을 한 여성들이 많다. 또 밤새도록 아파트 복도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린다든가, 누군가 복도에서 피운 담배 연기가 집으로 들어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고층 건물에서는 위아래의 공기 밀도 차이가 커 바람이 세게 불기 때문이다. 마치 굴뚝을 따라 공기가 흐르는 것과 같다고 해서 '굴뚝효과' 또는 '연돌(煙突)효과'라고 부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굴뚝을 올라오는 공기를 막아라

차가운 공기는 가라앉으려 하고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간다. 이때 발생하는 압력 차이로 차갑고 무거운 공기는 세차게 안으로 들어오고, 따뜻하고 가벼운 공기는 건물의 굴뚝에 해당하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통로를 따라 빠르게 올라간다. 겨울에도 아파트 위층에 사는 사람들이 덥다고 하는 것은 난방 온도가 높아서만은 아니다.

건물 안에 부는 바람으로 인한 소음이나 화장실 또는 식당 등의 배기 불량은 그런대로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출입문과 엘리베이터가 공기 압력으로 열리지 않아 생기는 안전문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선 두바이 신도심 세이크자이드 거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조동우 박사팀은 이 문제를 압력분담 장치로 해결했다. 강한 바람이 엘리베이터를 밀어붙이면 문이 벽과 달라붙어 열리지 않는다. 건물 하층부에서는 밖에서 들어온 공기가 밖에서 안으로, 반대로 상층부에서는 엘리베이터 통로를 따라 올라온 공기가 안에서 밖으로 문을 압박한다.

조 박사팀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의 천장에 사람 눈에 띄지 않게 구멍을 뚫었다. 문을 밀던 공기 압력을 구멍으로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공기 압력이 센 1층이나 최상층이 주된 공략 대상이다. 이 기술은 최근 서울 신도림동에 세워진 40층짜리 고층건물에 적용돼 효과를 보고 있다.

압력을 낮추기 위해 공기를 빼내는 장치도 있다. 굴뚝 꼭대기를 막으면 연기가 고이듯, 엘리베이터 통로 역시 위가 막혀 있으면 타고 올라온 공기가 쌓여 압력이 높아진다. 이를 막기 위해 엘리베이터 통로 꼭대기에 여닫이 장치인 배기용 댐퍼(damper)를 만든다. 댐퍼는 주로 아침에 열린다. 이 시간은 건물 안팎의 온도 차이가 가장 심한 데다, 출근대여서 열려 있는 출입구로 공기가 가장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삼성물산두바이에 짓고 있는 초고층 빌딩 '버즈두바이'에서는 수직통로로 공기가 오가는 것을 제한해 굴뚝효과를 줄였다. 건물 구조가 위로 올라가면서 계단식으로 줄어드는 모양이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역시 각 구획에 따라 분리돼 갈아타야 고층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해 굴뚝효과를 감소시켰다.

화재시 대피에도 도움 줘

지하 주차장도 굴뚝효과의 주범이다. 출입구와 달리 주차장 입구는 항상 열려 있어 건물 밖의 공기가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주요 통로가 된다. 만약 화재가 발생하면 굴뚝효과 때문에 화염이나 연기가 건물 상층부로 순식간에 번지게 된다.

가장 확실한 대책은 지하와 지상을 분리하는 것이다. 즉 비상계단이나 엘리베이터 통로를 지상 1층을 기준으로 지하 전용, 지상 전용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지하 주차장을 통해 들어온 공기가 더 이상 위로 올라가지 못하게 된다.

조동우 박사는 "지하층과 지상층 분리는 신속한 대피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화재가 나면 한시라도 빨리 1층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야 한다. 비상계단과 엘리베이터를 지하, 지상으로 분리하면 아래에서 올라가든, 위에서 내려가든 최종 도착지가 1층이 되기 때문에 대피에 큰 도움을 준다.

조동우 박사는 "최근 세워진 초고층 건물은 주로 중동이나 대만, 말레이시아처럼 기온이 높은 국가에 집중돼 있다"며 "우리나라는 그런 국가와 달리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온도 차가 심한 국가여서 굴뚝효과에 대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 통풍 유도… 냉난방 공기 상하 순환굴뚝효과 역이용한 기술도 속속 개발

우리 조상들은 예전부터 굴뚝효과를 슬기롭게 이용해왔다. 한옥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바람 한 점 없는 뜨거운 여름날에도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앞마당을 비우고 뒷마당에 정원을 꾸미는 우리 전통 가옥의 구조 때문이다. 뜨거워진 앞마당의 공기는 밀도가 작아져 위로 상승한다. 그 자리를 나무가 심겨진 뒷마당의 시원한 공기가 차지한다. 한옥의 시원함은 바로 대청 뒷문을 타고 뒷마당에서 앞마당으로 부는 시원한 바람 덕분이다.

조상의 지혜는 외국에서 먼저 빛을 보고 있다. 독일의 코메르츠방크 본사,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타워, 일본의 리버티 타워 등은 굴뚝효과를 줄이는 기술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굴뚝효과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자연스러운 통풍을 유도하거나 냉난방 공기를 상·하층부로 순환시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있다.

관련 특허도 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굴뚝효과와 관련해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국내에 54건의 특허가 출원됐다. 건수가 그리 많지는 않으나 2000년대 후반 들어 빠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중 72%가 굴뚝효과를 이용하는 기술로, 저감하는 기술의 2.5배 이상 출원되고 있다. 최근 자연에너지 이용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그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강제 환기 방식에 굴뚝효과를 덧붙이는 하이브리드 환기 시스템이나 태양열을 이용한 굴뚝효과 촉진 기술에서, 심지어 텐트의 배기 성능을 높이는 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들이 출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