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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대통(행운)]/남는얘기

[한국인 암 3대 미스터리] [1] 짜게 먹는 '짠돌이' 위암 위험김철중 의학전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09. 7. 4.

[한국인 암 3대 미스터리] [1] 짜게 먹는 '짠돌이' 위암 위험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위암, 한국서 왜 위력 떨치나
한국남성 소금 하루 섭취량 WHO 권장량의 2~3배…
'헬리코박터균+흡연+짠음식'
3대요인 갖춰 발생률 높은듯

세계 여러 나라의 암 발생 현황을 취합하여 발표하는 국제 암등록협회(IARC)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위암 발생률은 부동의 세계 1위이다. 1980~90년대 일본과 위암 '다빈도 국가' 1~2위를 다투어오다 2002년부터는 일본을 따돌리고 한국이 단연 선두가 됐다. 달갑지 않은 1등이 된 것이다.

위암은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위세를 떨치고 있는 걸까? 1950년대까지만 해도 아시아는 물론 미국·독일 등 서구 나라까지 공통적으로 암 중 위암의 발생이 가장 많았다. 1940년대 미국의 위암 발생 빈도는 지금의 우리나라 위암 빈도보다 높았다.

하지만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은 1960년대부터 위암이 확 줄면서 현재는 암 발생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를 국제의학계에서는 냉장고에 의한 '계획되지 않은 승리'(unplanned triumph)라고 부른다. 냉장고 등장 이후 신선한 음식을 먹게 되면서 위암이 급속히 줄었다는 것이다.

유전자 탓?

우리와 비슷한 음식 문화와 인종적 유전자를 가진 일본도 최근 위암 발생이 떨어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냉장고는 1970년대부터 한 가구에 최소 한 대는 보급됐는데도 위암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한국인의 유전자가 위암에 취약한 것은 아닐까. 서울대병원 외과 양한광 교수는 "위암 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해보면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변형은 보이지 않는다"며 "유전적 요인에 의한 위암 발생은 5~10%로 다른 나라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유전자 탓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위암 발생 요인으로 꼽히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률이 높은 탓일까. 우리나라 성인의 감염률은 47~60% 수준으로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감염률이 우리와 비슷한 인도네시아의 경우 위암 발생은 우리의 1000분의 1 수준이다. 태국·베트남·나이지리아 등도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높지만 위암 발생은 매우 낮다. 이를 두고 국제학계에서는 '아시아·아프리카의 위암 수수께끼'라고 부른다.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높은 아시아·아프리카에서도 나라에 따라 위암 발생률이 들쑥날쑥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것이다.

불에 까맣게 탄 고기나 음식은 위암 발생 위험 요인이다. '즉석 바비큐' 음식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탄 고기를 자주 먹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인도 우리 못지않게 바비큐 음식을 즐긴다는 점에서 그것으로 우리의 '위암 왕국'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소금이 주범?

실마리를 풀 단서가 있다면, 한국인의 소금 섭취량이다. 냉장고 보급 이후 음식을 소금에 절여 먹는 문화는 많이 줄었으나, 여전히 우리는 소금이 잔뜩 들어간 국과 찌개·젓갈·장아찌 등을 많이 먹는다.

2006년에 발표된 국민영양조사에 따르면, 30~49세 한국 남성들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17.1g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소금 권장량 6~8g보다 2~3배 많다. 일본은 11.4g, 영국은 11.0g, 미국은 8.6g을 먹는다. 자신은 싱겁게 먹는다고 주장하는 한국 사람도 실제 소금 섭취량을 조사해보면 높게 나온다. 국물 음식의 절대 염분량은 매우 높지만 워낙 수분량이 많아 먹을 때 짠맛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금 성분은 위(胃)에 오래 머물면서 위 점막을 부식시켜 위염을 일으키고 이것이 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높인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염분 섭취량은 계속 늘고 있다.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 하루 섭취량이 1998년 4542㎎이던 것이 2005년에는 5289㎎으로 늘었다. 특히 한국인은 위암 발생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질산염이 많은 젓갈 등 소금에 절인 염장 음식을 많이 먹는다.

유근영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전 국립암센터 원장)는 "헬리코박터 감염 상태에서 짠 음식을 많이 먹고, 흡연율도 높은 것이 위암 발생 위험 요인을 서로 상승시켜 한국인에게 위암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교수는 "서구식 식사를 접한 젊은 사람들에게서는 위암 발생이 조금씩 줄어드는 기미가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위암이 줄기 시작한 것도 1990년대부터 싱겁게 먹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인 덕이라고 암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위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1980년대 중반 남자의 경우 10만명당 60명대 수준이던 위암 사망이 2000년대 중반에는 20명대로 내려갔다. 암 검진이 늘면서 조기 위암 발견이 늘어난 덕이다.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방영주 교수는 "위암 발생률이 높은 한국인은 1년에 한번 내시경 검사를 해 위암을 조기 발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암이 초기(1기)에 발견되면 완치율은 92%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