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당항 대하 축제
최규학
10월의 남당항에서는 바다도 단풍이 든다
낙엽 지는 파도를 바라보는 사람의
사랑도 단풍이 든다
남당항에서 죽도를 바라보면
죽도록 사랑하고 싶어진다
남당항 아주머니도 죽도록 사랑하고 싶으리라
불타는 소금에 소신공양하는 등 굽은 새우처럼 사랑하고 싶으리라
새우들이 팔팔 뛰며 살려달라고 몸부림친다
“이제 좀 그만하거라”
아주머니의 다정한 음성에
새우들은 평정심을 찾고 허리를 편다
지옥에서 천국에 간 것인가?
세상살이에 더러워진 단벌옷이
빨간빛이 감도는 새 옷으로 바뀐다
옷을 과감하게 벗기면
드러나는 흰 속살 뜨겁다
새우는 살아서 단 한 번도 뜨거운 적이 없었지만
죽어서 뜨거운 속살로
뜨겁게 보시를 한다
죽도록 사랑하고 싶은 뜨거운 사람
죽도록 사랑하고 싶은 뜨거운 맛
남당항 대하 축제에서
천국에 가는 것은 새우만이 아니다
[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