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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동생의 죽음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24. 8. 13.

동생의 죽음

최규학

너는 178cm, 25년, 8개월, 4일이다
영혼이 자유로운 너는
25년간 파푸아 뉴기니(PNG)에서 무소의 뿔처럼 살다가 고향에 돌아와
8개월을 지내며 물망초 꽃 한 송이 피워놓고 다시 PNG에 가서
4일 만에 나비가 되었다

그냥 꿈꾸는 애벌레였으면 좋겠다

부모님께서 심어놓은 나무 두 그루, 꽃 세 송이
너는 용이 되려는 꿈을 꾸다가 이카로스의 날개처럼 녹아 버렸다
남은 꽃들은 향기를 잃고 나무는 의지를 잃었다

새가 되어 날아올까, 달이 되어 찾아올까,

개도 늑대처럼 운다는 파푸아 뉴기니
파도의 한 팔이 고향의 산만하다는 파푸아 뉴기니

내 마음도 늑대처럼 운다
내 그리움도 산처럼 선다

2024.7.1.

*최규만(음 1964.6.15.-양 2024.6.28.) : 특전사, 안기부 근무, 역량 강화 전문가, 스쿠버다이빙 전문 강사, 독신으로 살다가 향년 60세에 파푸아 뉴기니에서 사망. 7월 1일 화장실 변기에 앉아 죽은 채로 발견되어 최강(최규학의 큰아들, 한의사), 조후연(외사촌 동생, 경찰)이 현지에 가서 소속 회사 도움으로 부검, 화장 등 장례 절차를 거쳐 7월 20일(환갑날) 공주 나래원에 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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