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도원
최규학
무릉도원이어서 복숭아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복숭아꽃이 피어서 무릉도원이다
홍매화처럼 성스럽지 아니하고
장미꽃처럼 속스럽지도 아니한
복숭아꽃의 은은한 붉음이
무릉도원을 만든다
저 꽃 붉을 때
마음도 붉어
사람과 사람 사이
개와 닭 사이
어린아이들처럼 어우러진다
저 꽃 붉을 때
얼굴도 붉어
사람도 꽃이 되어 핀다
짐승도 꽃이 되어 핀다
복숭아꽃 붉을 때
마을은 무릉도원이 된다.
[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