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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虛潭(허담)조성열·글모음

莊子 內篇 제물론 (1)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23. 7. 2.

莊子 內篇 제물론 (1)

吾喪我(오상아)
내가 나의 장례를 치루다

南郭子綦隱机而坐 仰天而噓 荅言似喪其耦

(남곽자기은궤이좌 앙천이허 답언사상기우)

어느 날 남곽자기가 책상에 기댄 채 멍 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남곽자기의 제자 안성자유가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

顔成子游立侍乎前曰 何居乎.
(안성자유립시호전왈 하거호)

"스승님, 왜 그러십니까? 꼭 유체이탈된 것 같습니다.

形固可使如槁木 而心固可使如死灰乎
(형고가사여고목 이심고가사여사회호)

어떻게 하면 육신이 죽은 나무처럼 되고, 마음이 불 꺼진 재처럼 될 수가 있습니까?

今之隱机者 非昔之隱机者也.
(금지은궤자 비석지은궤자야)

어제 모습하고는 완전히 딴판입니다.

子綦曰 偃不亦善乎 而問之也.
(자기왈 언불역선호 이문지야)

그러자 남곽자기가 말했다. 그래, 너의 관찰력이 참으로 뛰어나구나.

今者吾喪我 汝知之乎.
(금자오상아 여지지호)

나는 나를 죽였다.

(그래서 육신은 죽은 나무와 같고 마음은 불 꺼진 재와 같다. )

네가 그 사실을 알고 있구나.

<덧붙이기>

장자는 자존감의 가장 큰 적인 비교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내안의 '나(我)'를 죽여야한다고 말한다.

한자에서는 '나'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독립된 주체로서의 '나'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나'이다.

전자는 '吾(오)'로 표기하고, 후자는 '我(아)'로 표기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我(아)이며, 장자는 이 我(아)를 죽이라고 말한다.

내면에서 我(아)를 지우면 타인과의 대립적 구도가 사라져

비교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절대적 자유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 바로 신인(神人)이다.

<장자>에는 여러 명의 신인이 등장하는데,

제물론의 첫 머리에 나오는 남곽자기도 그러한 인물 중 한 명이다.

남곽자기와 안성자유의 대화에서

핵심적인 단어는 고목(槁木, 죽은 나무)과 사회(死灰, 불 꺼진 재)다.

남곽자기는 육체가 죽은 나무와 같고, 마음은 불 꺼진 재와 같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외부의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일체의 시비와 구분, 비교에서 벗어나 냉철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

남곽자기의 존재감은 남들과의 비교가 아니라

그 자신의 내면에 확립된 절대적인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남곽자기가 그런 상태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자신을 죽였기(吾喪我, 오상아) 때문이다.

나(我)가 죽고 없으면 타(他)도 없으며, 자연스럽게 구분이나 비교도 없게 된다.

제물론은 <장자> 33편 가운데 철학적 완성도가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만큼 장자 사상의 요체가 집약되어 있다.

그 요체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구분 짓지 말라'는 것이다.

구분 짓는다는 것은 세상을 나와 너,

내 편과 상대 편, 선과 악, 정의와 불의 따위로 나누어 비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분의 결과는 분쟁이다.

구분 짓는 서로의 기준이 다르다 보니 '내가 잘 낫느니' '네가 잘 낫느니' 하면서 서로 싸우는 것이다.

장자가 유가의 창시자 공자를 철저하게 부정하고, 공격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사람을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 정의로운 사람과 불의한 사람으로 구분지어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게 만들고,

마침내 세상을 전쟁 속으로 몰아넣는 장본인이 바로 공자라는 것이다.

장자가 죽이라고 한 나(我)는 현실세계에서 아집이나 편견,

독선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런 것들이 나의 자존감을 지켜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것들을 내려놓고 비울 때 내 자존감이 단단해진다.

죽은 나무와 꺼진 재처럼 자신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어도

꾸준한 수양을 통해 조금씩 자신을 다스리다보면

마음속에서 내(我)가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때 다이아몬드 같은 자존감이 선물로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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