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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춤추는 풀 / 최규학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20. 4. 24.

춤추는 풀

 

최규학

 

하늘나라 궁전에서 춤추던 무희(舞姬)

가난한 집 마당가에

춤추는 풀로 환생 하였네

누구를 얼마나 잘못 사랑했기에

다리가 땅에 박히는 벌을 받았나

앞으로 내달려도 다시 제자리

하늘로 솟구쳐도 다시 제자리

제자리서 맴도는 신세 되었네

아침 마다 진주 목걸이 걸고 나와서

춤추며 그리운 님 불러 본다네

땅으로 들어갈 듯 다시 솟아나고

하늘로 날아갈 듯 다시 내려오네

팔을 한 번 흔들면

나무가 춤을 추고

몸을 한 번 흔들면

구름이 춤을 추니

바람이 풀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풀이 바람을 흔드는 구나

마당 가 춤추는 저 하찮은 풀을

하늘나라 무희(舞姬)라고 누가 믿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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