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꽃비의 진실 / 최규학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20. 4. 18.

꽃비의 진실

 

최규학

 

꽃비는 찬란한 눈물이다

잔인한 사월에 천둥 번개도 없이

퍼붓는 소나기다

 

꽃은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의 제국이 몰락하는 것을 지켜본다

 

꽃비가 내리면

새들도 즐거운 노래를 장송곡으로 바꿔 부른다

 

향기로운 꿀과 화분을 탐하던 벌과 나비는

의리도 없이 다른 꽃을 찾아 떠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으스대던 꽃잎들은

땅 바닥에 처박혀

이놈 저놈 더러운 구둣발에 차이고 밟힌다

 

영화로운 꽃의 향기와 꿀에 취한 자가

어찌 혹독한 운명을 알 수 있으랴

 

아무리 견고한 꽃 대궐도

꽃비가 내리는 순간 흔적도 없이

지워진다는 것을

 

꽃비가 내리면 맹목적으로 추종하던

벌 나비는 한 마리도 남지 않고

사라진다는 것을

 

화려한 꽃들이 차지했던 높은 자리는

결국 예쁘지도 않고 가진 것도 없는

평범한 이파리들이 차지한다는 것을

'[나의 이야기] > 최규학·시집만들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 / 최규학  (0) 2020.05.05
춤추는 풀 / 최규학  (0) 2020.04.24
꽃비 / 최규학  (0) 2020.04.10
금강을 보고서 /최규학  (0) 2020.04.04
너의 꽃 / 최규학  (0) 2020.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