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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꽃비 / 최규학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20. 4. 10.

꽃비

 

최규학

 

소나기처럼 꽃비가 내린다

잔인한 사월에 폭설처럼

꽃비가 내린다

어린가슴 태우는 꽃불을 끄려고

진눈깨비 같은 꽃비가 내린다

촛불은 바람에 위태롭고

들불은 봄비에 까무러치는데

꽃불은 꽃비에 사그라지는 구나

꽃비가 내리는 날

창문을 열면

외로움이 나비처럼 날아들고

산에서 타는 꽃불이

도깨비불처럼 날아와

마른 장작이 된 가슴을 태운다

꽃비를 총알처럼 맞으면

아픈 영혼은 귀촉도가 되어

귀촉 귀촉 울고

꽃불에 그을린 바위처럼

새까만 사리를 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