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의 죽음/
최규학
담쟁이가 죽었습니다
담장을 푸른 파도처럼 뒤덮었던 담쟁이가 죽었습니다
나무를 넘어뜨린 태풍도 견뎌냈는데
담장을 쩔쩔 달군
폭염도 견뎌냈는데
갑자기 빨갛게 타 죽었습니다
누군가 숨통을 끊어버린 것입니다
목숨 줄을 싹둑 잘라버린 것입니다
신이 시킨 것인가
실수인가
아니면 담쟁이가 미웠는가
고대 왕도처럼 번창했던 담쟁이의 세계가 어이없이 무너졌습니다
그러나 담쟁이는 뿌리가 살아있는 한 죽은 것이 아닙니다
담쟁이는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더 무성하게 살아날 것입니다
담쟁이는 부서져도 결코 패배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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