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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담쟁이의 죽음/최규학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8. 8. 17.

담쟁이의 죽음/

 

 

최규학

 

 

 

담쟁이가 죽었습니다

담장을 푸른 파도처럼 뒤덮었던 담쟁이가 죽었습니다

나무를 넘어뜨린 태풍도 견뎌냈는데

담장을 쩔쩔 달군

폭염도 견뎌냈는데

갑자기 빨갛게 타 죽었습니다

누군가 숨통을 끊어버린 것입니다

목숨 줄을 싹둑 잘라버린 것입니다

신이 시킨 것인가

실수인가

아니면 담쟁이가 미웠는가

고대 왕도처럼 번창했던 담쟁이의 세계가 어이없이 무너졌습니다

그러나 담쟁이는 뿌리가 살아있는 한 죽은 것이 아닙니다

담쟁이는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더 무성하게 살아날 것입니다

담쟁이는 부서져도 결코 패배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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