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좀을 입은 여인/
최규학
사람이 입는 것은 옷만이 아니다
패션을 입고 사랑을 입고 자유를 입는다
하얀 자루를 싹둑 잘라
디오게네스의 통처럼
입었다면
리좀을 입은 것이다
자유로운 생각을 입은 것이다
리좀을 입은 사람은 옷 속에서
하늘을 나는 솔개가 되고
땅속을 탐험하는 두더지가 되고
광야를 질주하는 재규어가 된다
리좀을 입은 여인이 두 개의 산봉우리가 솟은 하얀 대지가 되어 내게로 걸어왔다
그 순간 나는 리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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