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껍데기/
최규학
바람이 얼마나 날카로왔길래 저리 베였는가
비가 얼마나 거셌길래 저리 파였는가
벌레들이 얼마나 모질었길래 저리 부르텄는가
노숙자 옷보다 더 누덕누덕 하구나
할아버지 손등보다 더 쭈굴쭈굴 하구나
나무 껍데기가
아품을 견뎠기에
나무가 파릇한 새 잎을 피울 수 있었구나
어여쁜 꽃을 피우고
튼실한 열매를 키워 내는 구나
세상을 살아가는 것 중에
나무 껍데기보다 더 숭고한 것 또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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